“반도체와 칩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생산 중이거나 명확히 생산을 약속한 경우에는 관세는 없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반도체를 생산하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의 미국 내 투자 발표 행사에 참석해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기업에는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과 반도체가 부과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반도체에 대한 관세 정책은 빠르면 다음 주에 도입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국은 최근 미국과 무역 합의에 따라 15% 수준의 품목 관세만 적용 받을 수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이날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반도체와 의약품에서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합의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유럽연합(EU)과 반도체 15% 품목관세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내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도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팀 쿡 애플 CEO와 함께 자리한 행사에서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미국 내 제조를 약속하는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애플이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보다 1000억 달러가 증가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날 관세 면제 기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어느 수준의 현지 생산이 면제 조건에 부합하는지, 단순 조립도 인정되는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생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소급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무역기구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반도체에 대해 0% 관세가 적용돼 왔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생산을 강요하는 관세 기준의 향후 면제 조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1996년부터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 팹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약 48조원을 들여 테일러 신규 파운드리 팹과R&D 팹 등을 건설 중이다. 테일러 팹에서는 테슬라와 협력해 2033년까지 165억 달러 규모의 자율주행 AI6 칩을 생산하기로 계약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4억 달러 수준의 패키징 공장과 R&D 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투자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기업 TSMC는 미국 생산 시설에 16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확충에 5,000억 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뉴욕·버몬트 공장 확장에 160억 달러,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7개 생산시설에 6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각각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