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CLOVA CareCall)’이 치매 환자의 기억력 개선과 우울증 감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주 2회 전화 통화만으로도 복잡한 인지훈련이나 병원 방문 없이 치매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연구 결과다.
서울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와 한양대 서울병원 연구팀은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한 치매 환자 대상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클로바 케어콜은 독거 노인과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AI 콜 서비스다.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주 1~2회 AI가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안부를 확인한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이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진다.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를 202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와 서울, 인천, 대구 등의 지역에 시범 도입한 이후 지난해 5월 AI 컨택센터 솔루션으로 정식 출시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한국어 대화에 특화된 네이버의 대형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기반으로 하며, 이전 대화 내용을 기억해 개인화된 맞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 31주간 126회 전화… 기억력 점수 유의미하게 상승
연구팀은 2024년 4월 23일부터 11월 28일까지 31주간 지역사회 거주 치매 환자 80명(남성 17명, 여성 63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79.9세였으며, 이들 중 73.8%인 59명이 독거노인이었다.
이번 실험에서 클로바 케어콜은 주 2회씩 총 63회에 걸쳐 참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화된 대화를 나눴다. AI는 식사, 수면, 건강, 운동, 야외 활동 등에 대해 묻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했다. 통화 시간은 평균 1분 30초 정도였으며, 인지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배려해 천천히 명확한 발음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의 우울증 척도(GDS) 점수가 중간값 기준 8.5점에서 6.0점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특히 실험 시작 시 주요 우울 증상을 보인 34명 중 15명(44.1%)이 경미한 우울 또는 비우울 상태로 개선됐고, 경미한 우울 증상을 보인 21명 중 9명(42.9%)이 비우울 상태로 전환됐다.
기억력 점수는 중간값 기준 3.0점에서 4.0점으로 상승했다. 다만 주의력이나 언어 기능에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 여성·고학력자에서 더 큰 효과 “개인 맞춤형 접근 필요”
흥미롭게도 성별과 교육 수준에 따라 효과가 달랐다. 여성 참가자들은 남성에 비해 기억력 개선 효과가 더 컸고 주의력도 잘 유지됐다. 반면 남성들은 주의력 점수가 중간값 기준 3.0점에서 2.0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우울증과 주의력 변화에 보호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교육 수준이 낮은 여성들, 특히 이른 세대의 경우 교육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개선 여지가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대화형 AI가 단순한 전화 통화만으로도 치매 환자의 우울증을 감소시키고 기억력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며 “접근성이 높고 부담이 적은 비약물적 치매 관리 방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AI 치매 케어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클로바 케어콜은 네이버가 개발한 한국어 대화형 AI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열 모니터링용으로 처음 개발됐다. 이후 2021년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적용해 더욱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현재 전국 140개 기관에서 약 3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기억력 개선 효과가 나타난 이유로 “대화 중심의 개입이 일화기억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자극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전적 회상과 대화 참여를 강조하는 이번 개입 방식이 특히 DMN을 활성화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대조군이 없어 변화가 순전히 AI 개입 때문인지 확정하기 어렵고, 31주라는 제한된 추적 기간으로 장기 효과를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더 포괄적인 신경심리학적 평가와 치매 아형별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 "Beneficial effect of artificial intelligence care call on memory and depression in community dwelling individuals with dementia", DOI: 10.1038/s41598-025-128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