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에서 전환점이 된 시대다. 더 이상 “AI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고민하는 단계는 지났고, 이제는 “AI를 어디에,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가 논점이다. 즉 AI 혁신의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이다. 제조, 조선, 반도체, 모빌리티 등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은 새로운 목표 설정을 AI라는 망원경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산업이 있다면 의외로 농업이다.
그동안의 농업은 전통 산업이었다. 암묵지가 많았고 수작업 중심이었다. 또한 비효율적이며 변화에 느렸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AI가 들어갈 공간이다. 글로벌 기후변화, 농촌 고령화, 농경지 축소 등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을 AI로 극복할 여지가 크다.
대동을 포함한 주요 농기계 기업들은 자율주행 트랙터, 콤바인, 농업용 로봇 등 스마트 농기계 개발과 보급에 본격 착수했다. 위치추적 장치(GPS) 자율주행은 물론, 트랙터 스스로 경작지를 인식하고 작업경로를 최적화는 AI 기능까지 탑재하려 한다.
스마트 농기계는 향후 작물별 생육 데이터, 토양 정보 등을 융합하여 의사결정 지원에까지 활용될 계획이다. 이 모든 노력은 ‘보다 손 쉬워지는 농업’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자율주행 트랙터, 무인 방제기, 수확 로봇과 같은 스마트 농기계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피지컬(Physical) AI가 적용될 지점이다. 피지컬 AI는 고된 농작업을 쉽게 바꿔주고, 나아가 이를 대신해줄 미래를 꿈꾸게 한다.
스마트파밍도 AI로 만들어가는 농업의 혁신 사례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비닐하우스로 대표되는 단동형 온실이 대부분인 상황이나 연동형 혹은 벤로형의 온실 기술 수준을 높여가고 보급을 늘려가야 이상기후 변동을 이겨낼 수 있다. 스마트팜을 복합환경제어기로 제어하고 한국의 작물, 환경에 맞는 비전(Vision) AI 기반의 생육 진단 처방 기술을 높여나가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에이전트(Agentic) AI를 만들어 누구나 실패 없이 최고의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국내 농업 AI 생태계는 아직 시작 단계이고, 고객의 AI 수용도가 아직 낮으며 관련 인프라와 정책도 부족하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은 AI 기술에게는 동시에 기회이다. 피지컬 AI와 에이전트 AI가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생태계만 조성된다면 농업은 농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가 만들어가는 농업 혁신은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동시에 친환경 혁신이 돼야 한다. 단순한 생산량 극대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산업의 형태로 자리 잡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준을 맞출 수 있다면 압축 성장해 온 대한민국의 농업은 AI 기술에 힘입어 방산, K-컬처 등에 이은 새로운 글로벌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준기는 KAIST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KT에서 음성인식과 자연언어처리를 연구했다. 이후 KT에서 AI와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하며 기가지니, AICC, 마이데이터 사업을 담당했다. 현재는 대동의 AI 전문 그룹사인 대동 대동에이아이랩(AI Lab)의 대표를 맡고 있다. AI로 보다 손쉽고, 보다 스마트한 농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