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ASML,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등 유럽 주요 기업이 유럽연합(EU)에 포괄적 인공지능(AI) 규제법 AI Act(이하 EU AI법)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110여 개 기업과 단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AI법 시행 연기와 더 혁신적이고 친화적인 규제 접근법을 촉구했다.
이 서한에는 BNP 파리바, 도이체방크, 미스트랄, 루프트한자, 지멘스, 로레알, 사노피, 스포티파이, 악사, EDF, 로프트 등 유럽 대표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3조달러(약 4080조원)를 넘고 유럽 전역에 제공하는 일자리는 370만 개에 달한다.
유럽 기업들은 이번 서한에서 당장 오는 8월부터 적용될 범용AI 모델에 대한 규정과 내년 8월 발효될 고위험 AI 체계에 대한 규정에 대해 2년 유예 기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EU 규제는 불분명하고 중복적이며 갈수록 복잡해진다”며 “유럽 챔피언 기업의 발전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에서 필요한 규모의 AI 전개 능력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또 “시행을 연기하고 속도보다 규제의 질을 우선한다고 약속한다면 전 세계 혁신가와 투자자에게 유럽이 규제 간소화와 경쟁력 강화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의 AI법은 세계 최초의 AI 규제이다.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만들어 EU에 속한 국가에 출시하려면 EU AI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 법은 지난해 8월 발효돼 내년 8월까지 2년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EU 법안에는 사람에게 위험을 주는 요소를 기준으로 규제를 4가지로 나눠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사용하면 안 되는 AI, 고위험 AI, 중위험 AI’ 등이다. 고위험 AI 등급에는 의료, 교육, 공공 서비스, 선거, 자율주행 등에 AI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포함됐다. 이 경우 AI 활용 시 사람이 반드시 감독하고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EU AI법을 위반 시 기업 전체 매출의 최대 7% 또는 3500만 유로(약 5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에 미국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들은 EU AI법이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해왔다.
한편 국내 AI 기본법도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규제법 시행 연기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에 대해 규제법 시행 연기에 대한 결정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