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이 강력한 규제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새로운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중심 AI 시장에서 유럽의 입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이 빠르게 추진된 것은 규제 완화 때문”이라며 “우리는 (규제를) 단순화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EU의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EU는 지난해 세계 최로로 AI법(AI Act) 도입했다. 생성형 AI를 고위험 AI로 분류하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이러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우려해 왔다.
EU도 규제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유럽위원회 기술 주권 담당인 헤나 비르쿠넨도 “중복 규제가 너무 많다는 업계의 지적에 동의한다”며 “산업의 번거로운 절차와 행정적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1일 둘째 날 행사에서 “유럽이 규제를 가속화하고, 단일 시장을 심화하며, 컴퓨팅 역량에 투자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새로운 AI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동안 엄격한 AI 규제를 통해 자국 AI 기업들을 보호하려던 EU의 정책적 기조가 크게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이 선점한 AI 시장에서 유럽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AI 행동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AI 분야에 1090억 유로(약 16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AI 주도권을 프랑스와 유럽으로 가져오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AI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본 투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5000억 달러(약 725조원) 규모의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고, 중국의 과감한 AI 산업 투자가 딥시크와 같은 강력한 신생 기업을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프랑스의 이번 투자 계획은 이러한 글로벌 AI 경쟁 구도에 정부 차원에서 본격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공동 성명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나타난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선언물 초안에는 ‘시장 집중 방지’와 ‘지속 가능한 AI 만들기’가 우선 순위에 포함돼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초안에는 AI 기술을 인권에 기반한 인간의 중심의 윤리적이고 안전하고 보안이 보장되고 신뢰할 만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수 외신에서 이번 정상 회의는 AI에 대한 규제와 경계보단 기술의 미래에 맞춰져 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