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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LLM 시대,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

[칼럼] LLM 시대,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

  • 기자명 장하영 써로마인드 대표
  • 입력 2025.10.01 19:10
  • 수정 2025.10.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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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영 써로마인드 대표.
장하영 써로마인드 대표.

최초의 노동운동으로 평가받는 러다이트 운동의 배경에는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 내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역사 속에서도 반복됐다. 80년대 말 PC의 가격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스프레드시트와 같은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보급되던 시절에는 사무직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했었고, 활자 인쇄술이 보급되면서 필사가 없어지던 시절에 성경의 필사를 담당하던 수도자들은 손으로 쓴 글이 인쇄된 글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다. 특히 대형언어모델(LLM)을 이용한 코드 어시스턴트가 몇 줄의 지시만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앞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실제로 최신 코드 어시스턴트는 단순 반복적인 코드 작성이나 문법적 오류 수정 같은 작업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보면 초급 개발자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것처럼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인간의 역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켜 왔고 프로그래밍 역시 이와 유사한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프로그래밍은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구조화하며,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다. 앞으로 LLM이 어떤 수준으로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적절한 맥락을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오히려 기계가 더 많은 부분을 자동화할수록,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빛나게 된다.

또한 LLM의 도움을 받더라도 프로그래밍 지식은 언어를 이해하듯 필수적인 배경지식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좋은 번역기를 사용하더라도 사용자가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를 알고 있어야 번역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서 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코드 어시스턴트를 쓰더라도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알아야 결과물을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다. 기계가 제안하는 코드가 항상 최적이거나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사람이 판단하고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대개의 사람이 경험이 많은 고급 개발자가 아니라 어쩌면 AI 더 잘 다룰 수도 있는 젊은 초급 개발자가 대체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I는 단지 도구일 뿐이고 그러한 도구를 잘 다루는 것보다는 그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얼마 전 아마존웹서비스의 최고경영자인 맷가먼은 유튜브 대담에 출연해서 절대 AI가 신입직원을 대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주장은 좋은 코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방법,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AI는 이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I를 나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래밍을 배운 사람은 AI가 제안하는 결과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할 수 있다. 반대로 프로그래밍을 전혀 모른다면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 결과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칠 위험이 있다. 기술은 언제나 빠르게 변하지만, 문제를 이해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인간의 능력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장하영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AI 전공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AI 전문회사인 써로마인드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써로마인드는 제조 AI 분야에서 비전(vision)기술과 LLM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멀티모달, 피지컬AI 등의 최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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