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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전산망 먹통 사흘째

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전산망 먹통 사흘째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9.2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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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배터리·안전 기준 위반, 백업체계 부재
647개 중단 서비스 중 39개 복구… 복구율 6%

서울시청 민원실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인한 민원 업무 양해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김동원 기자
서울시청 민원실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인한 민원 업무 양해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김동원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26일 저녁 발생한 화재가 행정 전산망을 마비시키며 사흘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5층 전산실에서 오후 8시 15분경 시작된 불은 다음날 오후 6시가 되어서야 완전히 꺼졌다.

당시 외주 업체 인력들이 UPS 배터리를 다른 층으로 옮기려던 중 사고가 났다. 전원 차단 후 약 40분이 지나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었고, 순식간에 화재로 번졌다. 전산실 온도가 160도를 넘으면서 냉각 시스템이 멈췄고, 관리원 측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멀쩡한 서버들까지 모두 가동 중단 조치를 내렸다.

소방 당국은 외벽을 뚫어 연기를 빼내고 초기 진화에 성공했으나, 곧 불이 다시 살아났다. 수백 개의 리튬 배터리가 좁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차 있던 탓이다. 물을 직접 뿌리면 서버 손상이 우려돼 소량의 물과 가스 소화 설비만 사용하면서 진화 작업은 길어졌다. 결국 배터리 팩 384개가 모두 타버렸고 주변 장비 740대가 망가졌다.

◇ “11년 된 배터리 왜 그대로 썼나”

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건 배터리 노후화다. 문제의 배터리는 2014년 8월 설치됐는데, 제조사가 보증하는 내구 연한 10년을 1년 넘긴 상태였다. 당국은 왜 내구 연한이 지난 배터리를 계속 사용했는지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업 과정의 안전 수칙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UPS는 직류 전원을 쓰는데,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선을 뽑으면 순간 전압이 튀어 발화할 위험이 있다. 외주 인력과 임시 작업자들이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가 수사 초점이 될 전망이다.

안전 거리 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다. 배터리와 서버 사이가 60cm밖에 안 됐는데, 국제 기준은 최소 90cm 이상 떨어뜨리고 중간에 방화벽을 설치하라고 권고한다. 전문가들은 위험 요소들이 한 곳에 몰려 있던 배치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백업 체계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전 본원에 문제가 생겨도 광주나 대구 분원에서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중 운영 체계가 아예 없다는 게 놀랍다”고 언급했다.

◇ 복구율 6%도 안 돼… 민원 대란 현실화

정부는 전날부터 시스템 복구에 나섰지만 속도는 더디다. 28일 자정 기준으로 647개 중단 서비스 중 39개만 복구됐다. 복구율이 6%도 채 안 된다. 불에 직접 탄 96개 핵심 시스템은 대구로 옮겨 새로 구축해야 해서 2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신문고, 법령정보센터, 공무원 업무망 등이 여기 포함된다.

29일부터 주민센터가 문을 열면서 현장 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소비쿠폰 이의신청은 온라인이 막혀 직접 방문해야 하고, 장례식장 예약 시스템도 먹통이라 일일이 전화를 돌려야 한다.

소상공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대출 보증 업무를 아예 중단했다. 추석을 앞두고 급한 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국세청이나 정부24에서 서류를 못 뽑으니 창구에 와도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은행도 보증서 확인이 안 돼 대출 집행을 미루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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