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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 “위성, AI 전초기지 된다”

[인터뷰]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 “위성, AI 전초기지 된다”

  •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9.2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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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특화 생성형 AI '샛챗'으로 분석 자동화 실현
정보기관 전유물이던 위성 분석, 보험사·투자사까지 확산
AWS 협업으로 글로벌 우주 AI 시장 선점 나서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가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텍스트 리포트까지 만들어주는 AI ‘샛챗(SatCha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가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텍스트 리포트까지 만들어주는 AI ‘샛챗(SatChat)’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정보기관 전문가들이 밤새 위성 사진을 들여다보며 상황을 분석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이 일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가능성이 열렸다. 텔레픽스가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텍스트 리포트까지 만들어주는 AI ‘샛챗(SatChat)’을 개발하면서다.

15년간 정보기관에서 위성 영상 분석 업무를 했던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는 11일 열린 ‘AWS 퍼블릭 섹터 데이 서울 2025’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가적 재난이나 군사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전문 분석관들이 워라밸 없이 24시간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며 “AI 기술과 클라우드가 발전하면서 충분히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재 샛챗은 남해안 적조 현상을 실시간 탐지해 언론 보도로 이어지는 등 실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조성익 대표와 텔레픽스에서 데이터사이언스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는 권다롱새 상무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 샛챗의 핵심 기술, 위성 전용 검색 AI ‘픽시’

샛챗이 정확한 위성 영상 분석을 할 수 있는 비밀은 텔레픽스가 자체 개발한 위성 전용 AI 검색모델 ‘픽시(PIXIE, TelePIX Intelligent Embedding)’에 있다. 픽시는 샛챗이 사용자 질문에 답하기 전에 방대한 위성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정보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권다롱새 상무는 “샛챗 같은 AI 시스템이 정확한 답변을 하려면 먼저 올바른 정보를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픽시는 위성 영상에 포함된 적외선, 자외선, 스펙트럼 등 복잡한 메타데이터까지 이해해서 검색하기 때문에 기존 범용 AI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위성 영상이 일반 사진과 다른 점은 바로 이 같은 ‘보이지 않는 정보’에 있다. 권 상무는 “군사 표적의 경우 보호색으로 위장돼 일반 위성 사진으로는 식별이 어렵지만, 위성 고유의 스펙트럼 정보를 활용하면 은폐된 표적도 탐지할 수 있다”며 “이런 정보까지 제대로 활용하려면 위성에 특화된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텔레픽스에 따르면, 픽시는 한국어와 영어 검색 벤치마크에서 모두 우수한 성능을 기록했다. 기존 글로벌 모델 대비 15%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최근 픽시를 AI 모델 공유 플랫폼인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국내 우주기업이 자체 개발 핵심 기술인 AI 임베딩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은 픽시가 처음이다.

이 같은 기술 발전으로 위성 분석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과거 정부기관 중심이던 시장이 민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텔레픽스는 현재 11건의 위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보험사는 태풍이나 홍수 피해 조사에, 투자사는 특정 지역의 경제 활동 모니터링에 위성 정보를 활용 중이다.

조성익 대표는 “회사 초창기에는 농업기술센터 같은 정부 부처와 협업이 많았는데, 지금은 대형 보험사, 투자사, 대기업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며 “정부 쪽도 중앙부처에서 지자체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100억 원 인프라에서 클라우드로 전환

텔레픽스의 혁신은 기술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조 대표가 정부 기관에 근무했을 때 상황을 보면 그 변화가 극명하다. 당시 직접 운영했던 위성 영상 저장 시스템은 3페타바이트(영화 150만 편 분량) 규모였다. 온프레미스로 시스템을 운용해 시설 구축비만 100억원이 넘고 연간 유지보수비도 10억 원 이상 들었다.

이 문제를 알고 있던 그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클라우드는 필요할 때만 컴퓨터를 빌려 쓰는 개념이기 때문에 비용 효율성이 클 것으로 보았다”며 “평상시에는 서버 2대 정도만 사용하다가 갑자기 많은 위성 사진을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자동으로 서버 100대까지 늘려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다롱새 텔레픽스 상무는 AWS 베드록 기반으로 작업해 새로운 AI 모델을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다롱새 텔레픽스 상무는 AWS 베드록 기반으로 작업해 새로운 AI 모델을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 속도 측면에서도 유리했다. AWS 베드록 기반으로 작업하면서 새로운 AI 모델을 빠르게 테스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권 상무는 “새로운 AI 모델이 나오면 클릭 몇 번으로 최신 모델을 바로 테스트해볼 수 있어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며 “AI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라서 이런 속도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보안 문제에 대해서도 클라우드가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 대표는 “실제로 해외 정보기관들은 오랜 기간 AWS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 CIA도 AWS를 사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십수 년간 보안성이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 우주에서 지상까지 연결하는 클라우드

텔레픽스의 최종 목표는 ‘우주 클라우드’ 구축이다. 현재는 위성이 사진을 찍으면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해서 분석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위성 자체에서 AI 분석까지 마친 뒤 결과만 지상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그 이유는 속도에 있다. 현재 위성 영상 분석의 가장 큰 병목은 속도다. 텔레픽스 블루원 위성의 경우 사진 한 장당 1기가바이트(GB) 데이터를 생산하는데, 이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 대표는 “위성과 지상국이 교신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고 속도도 제한돼 데이터를 내려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는 위성이 서울을 오전 10시 반에 촬영해도 고객이 분석 결과를 받는 것은 저녁 5~7시경이다. 보통 7~8시간의 지연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텔레픽스는 위성 자체에서 AI 분석까지 마친 뒤 결과만 지상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위성에서 필요한 처리를 마치고 결과만 지상으로 보내면 레이턴시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우주 클라우드가 완성되면 촬영 후 몇 분 안에 분석 리포트까지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대표는 이를 일기예보에 비유해 설명했다. “일기예보를 볼 때 기상위성 영상보다 ‘내일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가 더 중요하듯, 위성 분석도 사진 자체보다는 상황 분석과 대응 방안이 담긴 리포트가 더 중요하다”며 “그런 리포트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오른쪽)와 권다롱새 텔레픽스 상무(왼쪽)는 앞으로는 위성 자체에서 AI 분석까지 마친 뒤 결과만 지상으로 보내는 ‘우주 클라우드’를 구축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오른쪽)와 권다롱새 텔레픽스 상무(왼쪽)는 앞으로는 위성 자체에서 AI 분석까지 마친 뒤 결과만 지상으로 보내는 ‘우주 클라우드’를 구축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 AWS, 글로벌 진출 디딤돌 되다

텔레픽스의 기술력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유럽에 위성 데이터를 수출하고 있고, 샛챗 기술도 해외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조 대표는 AWS와의 협업이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존 방식이라면 개발자들이 현지에 가서 몇 달 동안 시스템을 설치해야 했는데, 클라우드 기반으로 하면 계약 즉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어 해외 진출이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보안 분야에서도 신뢰성을 축적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 정부기관일수록 보안을 중요시하는데, AWS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안하면 미국 정보기관에서 검증받은 보안성을 강조할 수 있고, 한국에서 24시간 내 기술 지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AI 에이전트를 꼽았다. 권 상무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해서 복잡한 질문에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새로운 대형언어모델(LLM)이 출시되면 베드록을 통해 자동으로 적용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으로 후배 창업가들에게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니즈를 기술적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이 스타트업 성장의 핵심”이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AWS 같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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