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유럽 공장 투자 취소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인텔은 연말까지 인력을 2만명 이상 추가 감축하고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에서 건설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제조 능력 확대 전략을 수정해 수요가 확실할 때만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8월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 재직 당시 실적 둔화로 전체 직원의 15%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겔싱어 전 CEO가 물러나고 지난 3월 립부 탄 CEO가 새로 부임한 이후에도 일부 인력과 사업을 축소해왔지만,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다시 대규모 비용 절감에 나섰다.
같은날 인텔은 2분기 실적도 같이 발표했다. 인텔은 올해 126억달러(17조3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감소했다. 순손실은 29억달러(4조원)로 전년(16억1000만달러) 대비 확대됐다.
부문별로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이 79억달러로 3% 줄었고, 서버용 CPU 및 일부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그룹 매출은 39억 달러로 4% 증가했다. 내부 거래가 대부분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은 44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31억7000만달러(4조3640억원)에 달했다.
인텔은 우선 지난 6월 말 기준 9만6000명 수준인 인력을 연말까지 7만50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력의 15%를 추가 감축하고 자연감소분과 사업부 분할 등을 통한 추가 감원으로 2만1000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지난해 말 인력은 10만8900명으로, 1년 만에 3분의 1가량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인텔은 올해 비용을 170억 달러 줄이는 것을 목표로 감원과 함께 파운드리 공장 건설 계획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독일과 폴란드에서 계획했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취소하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의 테스트 및 조립 공정을 통합하기로 했다. 인텔은 독일과 폴란드에서 각각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대형 공장과 조립 및 테스트 시설 구축을 추진해 왔다. 오하이오에서 진행 중인 첨단 공장 건설도 시장 수요와 주요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속도를 조절한다고 밝혔다.
인텔은 “18A(1.8나노)의 새로운 제조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연말부터는 경쟁력 있는 칩들이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1.4나노(14A)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은 확정된 고객 주문을 기반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