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이하 AI 교과서) 채택률이 33%에 그치면서 발행사들이 기대했던 수익성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발행사들은 교과서 지위 유지를 위해 가격협상 과정에서 한발 물러선 만큼 채택률이 60~70%가 넘고 2년 이상 유지해야 이익을 낼 수 있다며 낮은 채택률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했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전국 초·중·고 1만1921개 중 AI 디지털교과서 채택 학교는 3857개(32.4%)로 집계됐다. 대구가 100%로 채택률이 가장 높았고 강원이 49%, 충북과 경북 45%, 경기 44%, 제주가 41%로 뒤를 이었다. 세종이 가장 낮은 8%, 전남 9%, 경남 10%, 광주 12%, 울산 15% 등 채택률을 보였다.
발행사들은 낮은 채택률과 가격 협상에서 양보로 현재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발행사 관계자는 “한 과목당 평균 70~90억 원의 개발 비용이 들었는데, 채택률이 낮아 손해가 불가피하다”며 “내년 의무 도입을 위해 올해는 업계 전체가 손실을 안고 가기로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발행사 관계자는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채택률이 60~70% 2년 이상 도달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며 “현재 33%로는 2년 안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 협상에서 많이 양보했지만 채택률이 낮아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발행사들은 지난 2월 교육부와 AI 교과서 구독료 협상을 5차례 진행하며 손해를 감수하고 정부의 입장을 따랐다. 당시 교육부는 구독료를 3만 5000원 선으로 제안했지만, 발행사들은 클라우드 비용을 포함해 9만~11만원 수준을 요구했다.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는 양보하지 않았고 개학을 2주 앞둔 지난달 20일 발행사들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3만~5만 원 사이에서 합의했다. 구독료는 최고 5만 7500원, 평균 4만 946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연간 1만 원의 클라우드 이용료가 추가된다.
내년 AI 교과서 의무 도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발행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 발행사 대표는 “내년 AI 교과서 의무 도입을 예상하며 손해를 감수했지만 내년에 갑자기 정책이 바뀌거나 교과서 지위가 상실되면 업체들이 개발 비용도 채우지 못하고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AI 교과서 구독료를 부담하는 시도교육청의 재정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문제다. 구독료와 유지 비용은 대부분 지방교육재정에서 충당되는데 교육부는 2025년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 과목을 시작으로 2026년 국어·사회·과학·기술·가정 등으로 확대, 2028년까지 전 과목 도입을 추진한다. 내년 이후 예산이 불가피하게 늘면서 지방교육재정의 한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AI 디지털 교과서 검증 청문회’에서 시도교육청은 재정 부담을 토로했다. 박종훈 경상남도 교육감은 “AI 교과서 구독료를 지방교육재정으로 감당하기엔 가혹하다”고 밝혔다. 이정선 광주교육감도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구독료를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 경남(10%)과 광주(12%)는 낮은 채택률을 보인다.
반면 교육부는 “학교 내 협의 절차를 거치며 채택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의무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