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무대에 골리앗이 침범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사업 영역에 빅테크 기업과 대기업들의 설루션이 하나 둘 침범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무대가 줄어들면서 기업이 망할 수 있단 위기설도 돌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27일 AI 에이전트 클로바X에 이미지 처리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그 사례로 수학 문제를 푸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용자가 수학 문제의 사진을 클로바X에 업로드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정확한 정답과 해설을 제공하는 사진이었다. 글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이미지, 그래프를 AI가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네이버는 해당 사례를 공개하며 국내 초·중·고등학교 검정고시 문항 1480개를 이미지 형태로 입력받아 문제를 푼 결과 84%의 정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AI의 GPT-4o의 78%를 능가하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이 사례는 오픈AI가 GPT-4o를 공개했을 때와 비슷하다. 오픈AI는 지난 5월 스프링 제품 업데이트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에서 GPT-4o를 발표하며 GPT로 수학 문제를 푸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오픈AI 관계자는 종이에 적은 수학 방정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실시간 촬영해 GPT에 보여주고 정답은 답하지 말고, 풀이 과정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카메라를 실행해 화면에 ‘3x+1=4′라는 수식을 보여주자 AI는 “x의 값을 구하기 위해선 x를 제외한 모든 숫자를 한쪽으로 모이게 해야 한다. 저 1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문제 풀이를 안내했다. GPT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증명한 셈이다.
그런데 이 서비스는 이미 스타트업에서 제공되고 있다. 콴다라는 서비스로 유명한 매스프레소가 대표 기업이다. 콴다는 사용자가 모르는 문제를 사진으로 촬영하면 해당 정답과 풀이과정을 제공해준다. 네이버, 오픈AI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기업들이 해당 분야에 뛰어 들면 자연스레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이에 매스프레소를 비롯한 스타트업에선 대기업이 유사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전문성을 토대로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존의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대기업의 기술을 보조로 활용할 수 있단 입장도 밝혔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우리는 수학 교육 분야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쌓아온 교육 데이터로 높은 정확도를 제공해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네이버와 같은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오랜 경험을 통해 구축된 사용자 경험은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또 그는 최근 AI 기술의 발전과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에 대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대기업들이 모든 기술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다소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오픈AI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와 특정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스타트업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매스프레소는 이러한 특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세부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윤재선 셀바스AI 사업대표는 대기업의 AI 기술이 특정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며, “대기업들은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클로바 노트는 병원에 적용되지 못하는데, 이는 병원의 특정 요구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셀바스AI의 '셀비 메디보이스'는 이러한 점에서 병원에 최적화된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로 참여하는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부대표는 대기업의 AI 기술이 교육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기업들이 다양한 AI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정확하게 적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의 기술이 주로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스타트업이 가진 특화된 전문성이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