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타게이트 UAE’로 AI·첨단기술 협력 확장

UAM에 30조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설립 반도체·방산·의료·자율주행 등 협력 피지컬 AI 기반 항만·물류 프로젝트도 추진

2025-11-20     구아현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아부다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칼리드 왕세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와 ‘스타게이트 UAE’ 참여를 계기로 인공지능(AI) 분야 방산·의료·문화 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UAE 대통령궁에서 57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양국은 ‘한-UAE 100년 동행을 위한 새로운 도약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7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AI 협력 200억달러, 방산 수출 150억달러, K컬처 704억달러 등 총 1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성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회담에서 “한국은 양국의 100년 동행을 위해 전방위적 협력에 나설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UAE는 여러분의 제2의 조국”이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는 과학기술과 혁신”이라고 화답했다.

◇ 3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본격 추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시작된 초대형 AI 인프라 사업의 해외 확장판이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MGX(UAE) 등이 참여해 향후 4년간 미국 내 AI 인프라 구축에 최대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는 계획이다. 오라클 창립자 래리 엘리슨은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10개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국, 노르웨이, 일본, UAE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의 국부펀드 MGX가 초기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UAE가 스타게이트의 해외 확장 거점으로 선정됐다. 현재 미국 스타게이트는 텍사스 애빌린을 비롯해 뉴멕시코, 오하이오 등 5개 신규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정하며 총 7기가와트 용량, 4000억달러 이상 투자를 진행 중이다.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30조원 규모로 아부다비에 최대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26년 첫 200MW급 AI 클러스터 가동을 목표로 한다. 하정우 대통령AI미래기획수석은 “양국은 AI 대전환을 뒷받침하는 AI 및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 공급망, 로봇 등 피지컬 AI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고 전했다. UAE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 등을 함께 활용하는 전력망을 구축하는 ‘에너지믹스 기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19일 UAE 국영 AI 기업인 G42의 펑샤오 CEO와 면담을 갖고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위한 한-UAE 공동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G42는 UAE의 AI 혁신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심 기업이다.

한국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UAE 아부다비 인공지능·첨단기술위원회(AIATC) 간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도 체결했다. 중점 협력 분야는 △AI 투자와 인프라 구축 △AI 공급망 확장 △AI 및 첨단기술의 채택 가속화 △AI 연구개발 등이다. 양국은 AI 기술·응용 서비스 개발부터 AI·에너지 인프라 구축까지 폭넓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UAE 인공지능특임장관과 양국 AI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UAE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산업별 AI 전환 사업에 우리 AI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국가AI전략위를 중심으로 과기정통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 및 기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분야별 워킹그룹을 UAE 측과 연내 구성하기로 했다.

◇ AI 반도체·의료·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협력도 물꼬

양국은 기업 차원에서도 자율주행·의료 AI 등 분야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의 사업 협력에 나설 방침이다.

배 부총리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 국내 주요 AI 반도체 기업과 함께 19일(현지시간) UAE 최대 AI 컴퓨팅 인프라 사업자인 ‘카즈나 데이터센터’를 방문했다. 카즈나는 G42의 AI 인프라 부문 자회사로 UAE 전국 데이터센터 용량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양측은 전력 효율성이 높은 국산 AI 반도체 활용을 위한 기술 교류와 실증 등 협력 방안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 의료 AI 분야에서는 루닛과 두바이 의료·과학기술 솔루션 기업 ARJ 그룹이 MOU를 체결했다. 의과학 특화 AI 기술을 UAE 내 병원과 공공의료기관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정보를 교류한다.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토노머스A2Z는 UAE 국영 기업 SPACE42와 총 400만달러(약 60억원) 공동 출자로 한-UAE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800만달러(약 120억원) 규모의 아부다비 자율주행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UAE IT 지원센터 간담회에는 위즈코리아(사이버보안), 딥노이드(의료·산업AI), 지니언스(사이버보안), 코어무브먼트(헬스케어), NOTA AI(온디바이스AI), 더아머베어러(물류) 등 8개 기업이 참석해 현지 시장 동향과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 피지컬 AI 기반 항만·물류 프로젝트 추진

양국은 ‘피지컬 AI 기반의 항만·물류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완전자동화 터미널을 운영 중인 한국의 경험과 데이터 기반 피지컬 AI를 활용해 더욱 효율적인 자동화·지능화된 항만을 구현할 계획이다.

부산항과 아부다비 칼리파항을 테스트베드 항만으로 삼아 실증·검증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AI 기반 항만·물류 시스템을 향후 전 세계 주요 항만으로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19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총 5건의 MOU가 체결됐다.

문화 분야에서는 CJ가 UAE 최대 뷰티 리테일 기업 LIFE Healthcare Group 및 GCC 권역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한 AKI Client Concept과 각각 K-Beauty, K-food 유통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양국 경제협력의 지평을 기존 에너지·방산을 넘어 문화 협력 분야까지 확장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LIG넥스원이 UAE 방산 업체 Calidus와 MOU를 체결했다. UAE 내 단거리-중거리-장거리를 아우르는 통합 방공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22년 최초로 UAE에 중거리 대공 미사일 천궁-II를 수출한 데 이어 새로운 수출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고 과기정통부는 전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무기 공동 개발과 현지 생산을 통한 제3국 공동 수출 추진에도 합의했다.

◇ 원전·에너지 분야 제3국 공동진출 모색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술탄 아흐마드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 사장과 18일(현지시간) 면담을 갖고 원전·자원 분야 제3국 공동진출, AI 데이터센터 구축 협력 등을 논의했다.

한국전력과 UAE 원자력공사는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하 수석은 “후속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재생에너지 스마트플랜트를 포함하는 패키지형 프로젝트로 바라카 원전을 크게 뛰어넘는 차세대 통합형 해외 사업 모델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는 석유 공급 위기 시 한국이 UAE 원유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원유 비축 사업 규모를 4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확대하기로 했다. 한전KDN은 UAE원자력공사(ENEC)와 원전 분야 첨단 AI·디지털 기술 공동연구 MOU를 체결했다. 원전의 예측 유지보수, 지능형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개발해 바라카 원전의 안정적·효율적 운영에 적용한다.

무역보험공사는 ADNOC에 20억달러 수준의 사전 보증한도를 제공하는 MOU를 체결해 처음으로 UAE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의 ADNOC 에너지·인프라 사업 참여 가능성을 높였다.

배경훈 부총리는 “AI 등 첨단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UAE는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동반자 관계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기술·산업 협력을 본격화한다면 양국은 미래 산업전환의 모범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