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대욱 GE헬스케어 코리아 상무 “AI로 환자·의료진 소통 혁신”
GE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플랫폼으로 전환 의료진·환자의 정보 격차 해소…정보량은 늘었지만 이해도↓ AI가 소통 개선… 의료진 워크플로 개선으로 업무부담 완화
“인공지능(AI)은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에 혁신을 가져옵니다.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MRI 영상을 보고 종양이 보인다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지만, AI는 알기 쉽게 표현해줍니다.”
이대욱 GE헬스케어 코리아 최고마케팅·전략·사업운영책임자(CMSCOO, 상무)의 말이다. 그는 AI가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에 혁신을 일으키고, 의료 격차를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 GE헬스케어의 전략은
GE헬스케어는 의료장비 공급업체에서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상무는 이를 ‘D3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D3는 디바이스(Device), 질환(Disease), 디지털(Digital)의 약자”라며 “이 세 축을 통해 한국에서 정밀 의료(Precision Care)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가 설명하는 첫 번째 축은 ‘스마트 디바이스’다. 전 세계적으로 GE헬스케어는 400만 대 이상의 의료장비를 디지털로 연결해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특히 올해 1월 시행된 디지털의료기기법에 따라 최초로 수입허가를 받은 ‘CT 레볼루션 어센드(Revolution Ascend)’가 대표적이다. 그는 “트루피델리티(TrueFidelity)라는 AI 기술을 통해 저선량 검사와 고화질 이미지를 동시에 제공한다”면서 “CT가 가진 가장 큰 특성 중 하나가 방사선량인데, 환자에게 적은 선량을 주면서도 높은 화질의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MRI 분야에서는 ‘에어 리콘 DL(AIR Recon DL)’이라는 딥러닝 기반 소프트웨어를 통해 영상 재구성 시간을 대폭 단축하면서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초음파 기기로는 FDA가 인정한 100개 AI 의료기기 목록에 포함된 ‘볼루손(Voluson)’ 시리즈가 있다. 이 제품은 성남 센터에서 개발·생산되어 16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두 번째 축은 ‘질환 중심 접근’이다. 단순히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질환의 전체 진료 경로를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이 상무는 “저희가 가장 크게 포커싱하는 세 가지 질환이 있는데, 첫째는 종양학으로 영상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둘째는 신경학인데, 특히 알츠하이머와 같은 노인성 퇴행 질환에서 PET 영상과 AI 기반 모니터링을 결합해 조기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셋째는 심장학으로, 관상동맥 질환 진단 개선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축인 ‘디지털 플랫폼 통합’의 핵심은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다. 개별 장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중앙에서 통합 관리해 임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한국 의료 생태계의 특성을 고려한 우선 집중 분야도 명확하다. 이 상무는 세 가지 축으로 설명했다. 그는 “첫째는 한국인 사망 원인의 80%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암 진료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조기 진단부터 치료 모니터링까지 전체 경로를 지원하는 토털 솔루션을 가진 회사는 GE헬스케어가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관계 질환과 여성 건강을 제일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고 덧붙였다. 환자군으로는 조기 진단이 생존율을 결정짓는 암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심혈관 질환자, 정기 검진으로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자, 고위험 산모 등을 꼽았다.
◇ 현장에서의 경험이 바꾼 시각
이 상무는 영국 워릭 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 출신 인더스트리 전략가다. 이 경험이 현재 인더스트리 전략가로서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환자의 삶의 질 개선과 치유는 처방하는 약보다 의료진이 구축하는 시스템에 더 많이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기억하는 사례 중 하나는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복잡한 약물 요법을 처방했을 때다. “‘하루에 세 번 복용하시면 됩니다’라고 설명드렸지만, 치료 순응도가 상당히 낮았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왜 이 약을 먹어야 하는지, 몸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생활 방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정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단순히 의사소통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무리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이 있어도, 환자가 자신의 건강 여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면 결과는 최적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에서 인더스트리 전략가로 전환하게 된 동기에 대해 “한 명의 환자를 잘 치료하는 건 매우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수백 명, 수천 명의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접근성과 이해도를 제공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이해 수준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상무는 이를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와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로 인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보의 양과 질은 같지 않다”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확산으로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희귀질환, 암, 만성질환처럼 불안감이 높은 영역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검증되지 않은 ‘기적의 치료법’에 쉽게 노출되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환자들이 유튜브, 구글, 인플루언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지만, 상당수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상업적 목적을 가진 콘텐츠”라고 말했다.
◇ 의료 격차 해소에서 AI의 역할
이 상무는 영상진단 AI가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환자-의료진 간 소통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의사는 ‘MRI에서 종양이 보입니다’라고 한다”며 “환자는 복잡한 흑백 영상을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I를 활용한 방법은 트루피델리티는 AI가 이미지를 고화질로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병변 부위를 강조 표시하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그는 “어디가 정상 조직이고 어디가 병변인지를 ‘비포어-애프터’ 형태로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의사가 ‘이 부분이 문제 영역이다’라고 환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량적 데이터도 복잡한 개념을 단순화하는데 사용된다. 그는 “암이 얼마나 진행됐느냐는 환자 질문에, AI는 종양 크기를 자동 측정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그래프로 보여주기도 한다”며 “‘지난 3년간 종양 크기가 15% 축소됐습니다’라는 구체적 수치는 환자에게 명확하고 안심이 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상동맥 협착을 ‘심장 혈관이 좁아진 상태’로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다”며 “기존에는 허들이 높았던 부분을 AI가 쉬운 언어로 소통의 격차를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기대되는 점은 환자 참여가 증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는 “기존에는 의사가 처방하면 수동적으로 받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환자가 본인의 건강 보고서나 예측 모델을 보면서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며 “의료진은 처방과 가이드를 주고, 환자가 본인의 질환을 관리하는 전문가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AI의 가장 큰 역할은 의료진들의 워크플로 통합 및 개선이라고 주장한다. AI가 진정으로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완화하려면, AI가 일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워크플로 통합, 시간 절약, 신뢰성, 교육, 지속적 개선이 하나의 선순환으로 작용할 때 진정한 의료 AI 상용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AI가 별도 시스템으로 존재해서 의료진이 추가 작업을 해야 한다면, 오히려 업무 부담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대욱 GE헬스케어 코리아 CMSCOO는 다음달 2일, 인공지능 전문매체 THE AI가 여의도 FKI타워에서 ‘대한민국 AX 리포트: AI 기술부터 각 산업 전환까지, AX 생태계 완전 분석’을 주제로 개최하는 AX 컨퍼런스의 연사로 나선다. GE헬스케어 코리아의 AI 플랫폼 생태계와 의료·헬스케어 AI에 대한 비전 등은 다음달 2일 열리는 AX 컨퍼런스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사전등록은 AX 컨퍼런스 신청 사이트(링크)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