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트윈 라이프①] “신발부터 심장까지”… 일상 속 버추얼 트윈
버추얼 트윈 라이프 기획 오프닝 아침 운동화부터 심장 수술까지… 버추얼 트윈의 현재 국내 2만 개 기업 협력 “작게는 분자·크게는 도시까지”
[편집자 주] 아침에 신은 운동화, 출근길에 탄 자동차, 집에 새로 들인 소파. 이 모든 제품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버추얼 트윈(Virtual Twin)’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버추얼 트윈은 실제 제품을 가상 환경에 그대로 구현한 기술입니다. 전 세계 주요 제조사들이 활용하고 있지만, B2B 기술의 특성상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합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우리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THE AI는 ‘버추얼 트윈 라이프’ 시리즈를 통해 보이지 않던 이 기술을 조명합니다. 신발부터 심장까지, 분자부터 도시까지. 당신이 몰랐던 버추얼 트윈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아침에 신는 운동화, 출근길 타는 자동차, 사무실 냉장고에서 꺼낸 음료수 한 병. 이 일상 제품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버추얼 트윈은 실제 제품이나 공정을 가상 환경에 동일하게 구현한 ‘디지털 쌍둥이’다. 물리적 프로토타입 없이도 설계·테스트·최적화가 가능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폐기물과 에너지 사용을 줄여 ESG 경영에도 기여한다. 언뜻 디지털 트윈과 유사해 보이지만, 기술 차원에서 다르게 평가된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 세계 모든 요소를 가상으로 완벽하게 재현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쓰인다면, 디지털 트윈은 현실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쏘시스템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OEM) 상위 10개 기업 전부가, 비행기 제조사는 100%가, 신발 회사 상위 10개 중 8개가 버추얼 트윈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다쏘시스템은 △운송·모빌리티 △항공우주·방위 △조선·해양 △산업용 장비 △하이테크 △홈·라이프스타일 △소비재·리테일 △생명과학·헬스케어 △인프라·에너지·소재 △도시·공공서비스 △비즈니스 서비스 △건축·엔지니어링·건설 등 12개 산업군에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침 운동을 위해 신는 러닝화는 개인의 발을 스캐닝해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아식스는 다쏘시스템과 협업해 평발이거나 발등이 높은 등 사람마다 다른 발 모양을 반영하고, 뛰었을 때 충격이 어떻게 오는지 해석한다. 뒤꿈치는 폭신하고 발바닥은 딱딱해야 하는 복잡한 밑창 구조도 버추얼 트윈으로 설계한다.
주스 한 병을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튼튼하고 안전한 용기를 만들기 위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된다. 냉장고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열 흐름을 시뮬레이션한다. 휴대폰을 떨어뜨렸을 때 액정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드롭 테스트’도 가상 환경에서 천 번 이상 수행된다.
출퇴근길 자동차는 단순히 잘 달리는 것만이 아니다. 탑승자가 편안한 경험, 주변 차량과의 소통, 도시 인프라와의 연결까지 모두 버추얼 트윈 안에서 구현된다. 충돌 테스트는 1회당 2억원이 드는 물리적 프로토타입 대신 가상 환경에서 1000회 이상 진행된다.
퇴근 후 집에서도 버추얼 트윈은 계속된다. 가구 업체들은 3D 환경에 가구를 배치해 보고, 사용자의 취향을 반영해 인공지능(AI)이 최적의 인테리어를 제안한다. 김현진 다쏘시스템코리아 3D익스피리언스센터장은 “소파가 원룸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할 필요 없이 가상 환경에서 다양하게 배치해보고 구매를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도시 차원에서도 버추얼 트윈은 활용된다. 싱가포르는 횡단보도를 추가했을 때 시민들의 접근성이 어떻게 되는지, 육교를 추가해야 하는지 등을 가상 환경에서 먼저 테스트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여름철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가 늘면서 많은 지자체가 침수를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한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버추얼 트윈이 활용된다. 다쏘시스템의 ‘리빙 하트(Living Heart)’ 프로젝트는 희귀한 심장병을 앓는 딸을 둔 한 박사의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됐다. 환자의 심장을 CT 촬영해 3D로 모델링하면, 의사들이 그 안에서 모의 수술을 먼저 해볼 수 있다. 이 기술은 미국 FDA 승인을 거쳐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작게는 분자 단위 신소재 개발부터 크게는 도시 단위 스마트시티까지, 여러분이 어디에 계시든 다쏘시스템의 기술이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설계·시뮬레이션·제조·생산·운영에 이르는 제품 수명 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현재 국내 약 2만여 개 기업과 협력하며 항공우주, 자동차,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제조 전반의 디지털 전환(DX)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 KAI, 현대중공업, HD현대 등 주요 제조 기업들이 파트너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는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GenAI) 및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의 결합이 전례 없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쏘시스템은 11월 한 달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K-POP 스퀘어에서 ‘AI for Manufacturing Industries’ 캠페인을 진행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정지민 다쏘시스템코리아 파트너는 “한국이 제조 강국이기 때문에 특별히 제조업에 포커스한 캠페인을 한국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