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 세넬라 콴델라 CPO “AI 전력 소비 통제 불능, 양자컴퓨터 필요 이유”

광자로 만드는 양자컴퓨터 “밀도 우위 10만배” 암모니아부터 신약까지… AI 에너지 문제도 해결 한국에서 제조부터 교육까지… 4대 축 전략 소개

2025-11-14     김동원 기자
장 세넬라(Jean Senellart) 콴델라 CPO는 “한국은 연구 전문성과 대규모 생산 기술, 정부의 혁신 의지를 모두 갖췄다”며 “양자컴퓨팅 산업화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프랑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콴델라(Quandela)가 한국을 아시아 전략 거점으로 선택했다. 12일 서울시와 800억원 규모의 양자기술 개발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본격 한국과의 협업을 알렸다.

이날 프랑스대사관에서 만난 장 세넬라(Jean Senellart)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연구 전문성과 대규모 생산 기술, 정부의 혁신 의지를 모두 갖췄다”며 “양자컴퓨팅 산업화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콴델라는 경쟁 기술 대비 10만배 높은 밀도로 큐비트(qubit)를 구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 광자로 만드는 양자컴퓨터 “밀도 우위 10만배”

콴델라는 포토닉(photonic) 기술, 즉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만든다. IBM이나 구글이 사용하는 초전도 큐비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다.

세넬라 CPO는 “물리학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포토닉 기술이 단일 광자 생성과 복잡한 양자 상태 생성에서 최고의 성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기술과 수학적으로 비교한 결과, 오류가 정정된 논리적 큐비트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수가 10만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크기만 작아지는 게 아니다.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구축할 때 필요한 엔지니어링 노력과 전력 소비, 유지보수 비용이 대폭 줄어든다는 의미다. 세넬라는 “같은 크기의 양자컴퓨터를 만들 때 필요한 인프라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콴델라의 양자컴퓨터는 모듈형 구조로 설계됐다. 모듈을 하나씩 추가하고 광학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확장한다. 광자가 한 모듈에서 다른 모듈로 이동하며 양자 비트(qubit)가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다. 프랑스 국립 고성능컴퓨팅(HPC) 센터에 설치된 시스템도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 암모니아부터 신약까지… AI 에너지 문제도 해결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어디에 쓰일까. 세넬라가 제시한 사례는 모두 기존 컴퓨터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분자 시뮬레이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페로센(ferrocene) 분자다. 질소 고정에 핵심 역할을 하는 이 분자는 비료 생산에 사용되는 암모니아 제조와 관련이 깊다. 문제는 현재 산업 공정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세넬라는 “기존 암모니아 생산 공정이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며 “페로센 분자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면 생물학적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만이 이 복잡한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터의 역할이 크다. CYP P450이라는 분자의 전자 구조를 이해하면 약물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더 정밀한 약을 만들 수 있다. 세넬라는 “정밀한 약물은 부작용이 적다는 의미”라며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안전한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세넬라 CPO는 양자컴퓨터는 기존 시스템보다 20배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양자컴퓨터는 강점이 있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기존 시스템보다 20배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고 밝혔다. “2023년 데이터를 인용하며 "AI 마이크로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가 이중 지수 함수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양자컴퓨터로 일부 연산을 옮기면 이런 에너지 증가를 멈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모든 연산을 대체하는 건 아니다. 콴델라는 고성능컴퓨팅과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을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ization)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세넬라는 “서로 다른 하드웨어를 통합하고,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모든 레벨에서 하이브리드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한국에서 제조부터 교육까지… 4대 축 전략

콴델라가 아시아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세넬라는 “연구와 학계의 높은 전문성, 혁신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의지,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대규모 고품질 생산으로 이끄는 노하우”를 꼽았다.

그는 “한국을 양자컴퓨팅 선도국으로 만들려면 단순히 기계를 배치하거나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4대 핵심 축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하드웨어, 디지털 인프라 배치, 그리고 교육 및 훈련이다. 여기에 향후 제조 역량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장 세넬라 CPO는  “한국을 양자컴퓨팅 선도국으로 만들려면 단순히 기계를 배치하거나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하드웨어, 디지털 인프라 배치, 교육 및 훈련 등 4대 핵심 축을 제시했다. /김동원 기자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에너지, 화학, 사이버보안 분야의 새로운 활용 사례를 개발하고, 학계의 이론적 발견을 기업의 실제 사용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하드웨어로는 로컬 클라우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실제 기계를 현지에 배치해 데이터를 로컬에서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도 중요한 축이다. 세넬라는 “학계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인력을 계속 교육하고, 교수와 학자들에게 도구를 제공해 기초 과학을 넘어 실제 적용 가능한 연구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콴델라는 이미 연구 단계를 넘어 제조 단계로 접어들었다. 자체 공장에서 컴퓨터를 조립하고, 반도체 기술을 확장하는 생산 라인에 투자했다. 세넬라는 “우리는 기존 반도체 산업과 파운드리를 활용해 자체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동일한 수준의 안정성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반 단일 광자 소스(single photon source) 기술이 핵심이다.

콴델라는 2022년 클라우드에 5대의 양자컴퓨터를 배치했으며, 학계와 산업계 연구자들로 구성된 대규모 커뮤니티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 세넬라는 “이를 통해 새로운 알고리즘과 양자컴퓨팅의 새로운 응용을 발견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지에 기계를 배치하고, 학계 및 기업과 협력해 한국 시장에 맞는 활용 사례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세넬라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양자컴퓨팅을 선도할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