콴델라 CEO “한국, 양자컴퓨팅 아시아 허브 최적지”

서울시와 800억원 MOU… 오리엔텀과 전력망 프로젝트 진행 프랑스 정부 950만 유로 지원, 8개월 만에 상용 제품 납품 광자 기술로 에너지 효율 20배… AI 데이터센터 문제 해법 제시

2025-11-13     김동원 기자
니콜로 소마스키(Niccolo Somaschi) 콴델라 CEO는 “한국은 학술 연구 전문성, 정부의 혁신 지원, 대규모 생산 기술력을 모두 갖춘 아시아에서 유일한 곳”이라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디지털 인프라, 교육, 그리고 향후 제조 역량까지 4대 핵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유럽 최대 광자 양자컴퓨팅 기업 콴델라(Quandela)가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선택했다. 단순한 시장 진출이 아닌 ‘제조 허브’ 구축이 목표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정부의 혁신 지원 정책, 학술 연구 전문성을 핵심 이유로 꼽았다. 양자컴퓨팅이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화 단계로 접어든 시점에서,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니콜로 소마스키(Niccolo Somaschi) 콴델라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AI와 양자포토닉스 기술의 융합’ 컨퍼런스에서 “한국은 학술 연구 전문성, 정부의 혁신 지원, 대규모 생산 기술력을 모두 갖춘 아시아에서 유일한 곳”이라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디지털 인프라, 교육, 그리고 향후 제조 역량까지 4대 핵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시와 800억원 MOU, 정부는 2035년까지 3조원 투자

콴델라는 12일 서울시와 800억원 규모의 양자기술 개발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광자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콴델라는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과의 호환성이 높아 상용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중성원자 방식의 프랑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파스칼(PASQAL)과도 협력을 맺은 바 있어, 프랑스 양자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6월에는 전력망 최적화 전문기업 오리엔텀(Orientom)과 양자 소프트웨어 플랫폼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양자컴퓨팅 기술로 차세대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승현 오리엔텀 대표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양자컴퓨팅은 기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정부도 양자 기술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6월 ‘양자과학기술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2035년까지 민관 합동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양자 과학기술을 선도국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퀀텀 프런티어 전략대화’에서 양자기술 분야별 특화육성전략과 ‘퀀텀 플러스 AI’ 핵심 과제를 양자종합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양자컴퓨팅 시장은 2024년 789억원에서 연평균 22.1% 성장해 2031년 31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프랑스 정부 전폭 지원, 8개월 만에 상용 제품 납품

콴델라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하는 풀스택 업체다. 2017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산하 나노과학센터에서 스핀오프했다. 2022년 유럽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에 공개했다. 현재 950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용 중이다. 2023년 6월 파리 인근 마시(Massy)에 유럽 최초의 양자컴퓨터 제조 공장을 열었고, 프랑스 클라우드 기업 OVH클라우드에 첫 상용 제품을 8개월 만에 납품했다.

프랑스 정부의 ‘프랑스 2030’ 계획에서 ‘첫 공장(Première Usine)’ 프로젝트 수상 기업으로 선정돼 950만 유로(약 14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2023년 11월에는 시리즈B 펀딩으로 5000만 유로(약 730억원)를 유치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기술자문이기도 한 소마스키 CEO는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Alain Aspect)를 과학자문위원으로 두고 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캐나다, 한국에 11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2017년 설립 이후 총 6500만 유로(약 9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콴델라는 글로벌 파트너십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와 수력댐 변형 시뮬레이션, 유럽 결제 사기 탐지 전문기업 어드밴싱크(AdvanThink)와 실시간 사기 방지 모델 개발, 캐나다 몬트리올 AI 연구소 밀라(Mila)와 양자 머신러닝 공동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2024년 12월에는 BMW-에어버스 챌린지에서 양자 머신러닝을 이용한 이미지 분류 및 생성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 광자 기술로 에너지 효율 20배, AI 데이터센터 문제 해법 제시

콴델라의 핵심 경쟁력은 광자 기반 반도체 기술이다. 광자는 전자나 초전도 큐비트보다 안정적이고 주변 환경에 덜 민감해 확장성이 뛰어나다. 소마스키 CEO는 “오류 정정된 논리 큐비트 구현 시 다른 기술 대비 약 10만 배 높은 밀도를 달성할 수 있으며, 기존 시스템 대비 전력 소비는 2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IBM이 433큐비트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구글이 초전도 방식으로 앞서가는 가운데, 콴델라는 현재 6~24큐비트 수준이지만 장기적 확장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2025년 5월에는 12큐비트 광자 양자컴퓨터 ‘벨레노스(Belenos)’를 공개했다. 이는 기존 6큐비트 시스템 대비 약 4000배 높은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유럽고성능컴퓨팅공동사업체(EuroHPC JU)로부터 12큐비트 양자컴퓨터 주문을 받아 2025년 말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소마스키 CEO는 양자컴퓨팅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기준 AI 마이크로스케일러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는 이중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가 일부 연산을 대체하면 이 증가세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응용 사례로 질소 고정에 중요한 페노코 분자(FeMoco) 구조 분석을 통한 비료 생산 효율화(전 세계 연간 CO2 배출의 약 3% 절감),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CYP P450 분자 연구를 통한 부작용 적은 신약 개발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