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한국이 아태 AI 도입 선도”… BDC 4개월 만에 30곳 도입
출시 4개월 만에 30개 기업 도입, PoC 진행 기업 “훨씬 더 많아” CJ제일제당, 2027년까지 클라우드 ERP·BDC·시그나비오 통합 구축 “아태지역 AI 도입 속도 글로벌 최고, 한국이 아태 내에서도 선도”
출시 4개월, 30개 기업 도입. SAP의 비즈니스데이터클라우드(BDC)가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클라우드 전사적자원관리(ERP) 전환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통합과 인공지능(AI)까지 한 번에 구축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사이먼 데이비스 SAP 아태지역(APAC) 총괄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SAP코리아 설립 3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BDC를 이미 30개 고객사가 도입했으며, 훨씬 더 많은 기업이 PoC(개념증명)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BDC는 SAP가 7월 한국에 출시한 데이터 통합·분석 플랫폼이다. 기업의 ERP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통합해 AI 기반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데이터브릭스, 스노우플레이크, 구글 클라우드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SAP 데이터와 비SAP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다.
◇ 제조업 중심 ‘동시 전환’ 러시… “지금이 적기”
한국 기업들이 클라우드 전환과 AI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권일 CJ제일제당 Next ERP TF 리더는 “작년까지만 해도 온프레미스를 유지할지, 클라우드로 전환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SAP가 제시한 비전과 증거들을 보고 클라우드 전환과 AI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2027년까지 전사 ERP를 SAP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BDC, 시그나비오(프로세스 마이닝), 아리바(구매 솔루션) 등을 통합 구축한다. 2017년 바이오 사업부에 SAP S/4HANA를 도입한 이후 10년 만에 식품 사업 본부까지 확대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권 리더는 “데이터스피어, BW 등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어떻게 모아서 활용할지 고민하던 중 SAP가 BDC를 제안했다”며 “이것이 우리의 AI 및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그나비오를 ‘프로세스의 디지털 트윈’이라고 표현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에는 프로세스 문서가 PDF 형식으로 오프라인에 아카이빙돼 현행화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며 “시그나비오를 통해 살아있는 프로세스 관리가 가능해져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아태지역이 글로벌 최고 속도, 한국이 선도”
사이먼 데이비스 총괄회장은 한국 시장의 AI·데이터 솔루션 도입 속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아태지역이 전 세계에서 신규 데이터 제품 및 AI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한국은 아태 내에서도 선도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AP 아태지역에서 AI 기반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은 500개가 넘는다. 이 중 한국 기업이 20개 이상으로, 의료·중공업·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에이전트 ‘쥴(Joule)’과 BDC를 활용하고 있다.
데이비스 총괄회장은 한국 기업들의 빠른 움직임 배경으로 정부 정책을 꼽았다. 그는 “한국 정부는 ‘AI 3대 강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한국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가장 앞서 있고, 특히 금융 분야의 강력한 규제·컴플라이언스 프레임워크가 기업들에게 신뢰를 준다”고 분석했다.
◇ AI 생산성 효과 “직원당 20% 향상”
SAP는 자사 플랫폼에서 일반 업무의 80%를 생성형 AI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스 총괄회장은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SAP 사용자가 AI를 활용하면 직원당 생산성을 최대 20%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SAP의 AI 전략을 “AI를 데이터로 가져오되, 데이터를 AI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설명했다. 기업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서도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AI를 내재화한다는 의미다.
데이비스 총괄회장은 “SAP는 구매·HR·재무·고객경험 등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이미 깊숙이 들어가 있다”며 “이를 통해 생성되는 고품질 데이터가 AI 성과를 만들고, 이는 다시 더 나은 비즈니스 프로세스로 이어지는 플라이휠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넘어야 할 과제로는 레거시 시스템 현대화, ROI 입증, 변화관리 등을 꼽았다. 그는 “일부 아태 기업들은 아직도 메인프레임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어 데이터 인사이트 추출이 어렵다”며 “고객들이 현대화를 통해 새로운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레퍼런스로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액센츄어, 반자, 혼다 등이 BDC를 도입해 SAP와 함께 제품을 개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은영 SAP코리아 대표는 “한국 정부가 제조업·관광·물류·에너지·의료 등 50개 산업에 AI를 통합하기 위해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며 “이는 쥴 기반 AI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