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일본서 AI 안전 동맹 구축… 다음은 서울

아태 첫 거점 도쿄 개설, 서울·벵갈루루 확장 예고 미·영 이어 日 안전연구소 MOU… 3개국 협력체계 완성 라쿠텐·파나소닉 등 주요 기업, 클로드로 생산성 10배 향상

2025-10-30     김동원 기자
/앤트로픽

오픈AI 라이벌로 불리는 앤트로픽이 아시아-태평양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번 주 일본 도쿄에 첫 해외 거점을 열고, 올해 안에 서울과 벵갈루루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앤트로픽의 일본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 의미를 넘는다. 회사는 일본 정부와 AI 안전 평가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책임있는 AI 개발’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이 지난 1년간 10배 이상 폭증한 가운데, 앤트로픽은 한국을 다음 핵심 거점으로 점찍었다.

◇ 미·영·일 잇는 AI 안전 평가 네트워크 구축

앤트로픽은 이번 주 도쿄에서 일본 AI 안전연구소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도쿄에서 디카이치 총리를 만나 정부 차원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앤트로픽은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AI 평가 방법론 개발과 분야별 신흥 트렌드 모니터링에 나선다.

앤트로픽은 이미 미국 AI 표준혁신센터, 영국 AI 보안연구소와 공식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과 영국 연구소가 공동으로 ‘클로드 3.5 소넷’에 대한 첫 합동 평가를 실시했다. 이번 일본과의 협력으로 앤트로픽은 미국, 영국, 일본 3개국 AI 안전연구소와 협력 체계를 갖추게 됐다.

아모데이 CEO는 “AI 개발은 국경을 초월한다”며 “시스템이 더 강력해질수록 역량 평가, 시스템 테스트, 위험 이해를 위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2023년 히로시마 AI 프로세스에 서명한 데 이어, 이번 주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프렌즈 그룹에도 합류했다.

오픈AI나 구글 등 경쟁사들이 규제 대응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앤트로픽은 각국 정부 및 안전연구소와 선제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AI 규제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접근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일본 기업들의 극적인 생산성 향상, 숫자로 입증

앤트로픽이 일본 진출에 나선 이유는 자사 AI 모델 클로드를 도입한 일본 기업들이 실제 생산성 향상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앤트로픽의 경제지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AI 도입률 상위 25%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AI가 학술 연구, 글쓰기, 문서 편집 등 생산성 향상 도구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인 라쿠텐은 자율 코딩 프로젝트에 클로드를 활용해 개발자 생산성을 개선했다. 노무라연구소는 문서 분석 시간을 수 시간에서 수 분으로 단축했다. 파나소닉은 비즈니스 운영과 소비자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클로드를 통합했다.

일본 클라우드 기업 클래스메소드는 ‘클로드 코드’를 활용해 최근 프로젝트 코드베이스의 99%를 생성하며 10배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 도쿄에서 열린 첫 빌더 서밋에는 15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이 참석했다.

도조 히데토시 앤트로픽 일본 법인 대표는 “일본 기업들은 AI가 인간의 역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창의적 문제 해결,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신뢰 관계 구축 등 인간이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AI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 서울 진출 초읽기… 한국 AI 생태계와 본격 협력

앤트로픽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서울과 벵갈루루로 사업을 확장한다. 아모데이 CEO는 “기술과 인간 진보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한다는 원칙이 앤트로픽의 핵심”이라며 “일본에서 적용한 접근을 서울과 벵갈루루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높은 기술 수용도와 강력한 엔터프라이즈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AI 도입률이 전 세계 상위 25%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IT 강국인 한국 역시 앤트로픽에게 중요한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앤트로픽의 서울 진출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의 파트너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AI 안전 및 윤리 가이드라인과 앤트로픽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 간 연계 가능성도 관심사다.

앤트로픽은 문화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리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2025년 ‘롯폰기 크로싱’ 전시회에 협력한다. 서울 진출 이후 한국의 문화 기관들과의 협력 여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