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술 번영 협정 체결… “AI·양자·6G 동맹”

영국·일본 이어 세 번째 기술 번영 협정 체결 AI 수출 조율·데이터 현지화·우주 협력 등 광범위 협력 아마존 7조원 투자 포함 수백억 달러 규모 거래 성사

2025-10-30     김동원 기자
한국과 미국이 인공지능, 양자, 바이오, 우주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기술번영 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하정우 AI·미래기획 대통령비서실 수석. /과학기술정보통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중 경주 APEC에서 한미 양국이 ‘기술 번영 협정'(Technology Prosperity Deal)’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미국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6G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신뢰받는 기술 파트너’로 공식 인정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기술 동맹 구축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 영국·일본 이어 한국과 세 번째 기술 동맹

미국과 한국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기술 번영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9월 영국, 전날 일본과 체결한 데 이어 세 번째 기술 동맹 협정이다. 한국 측에서는 국정감사 중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대신해 하정우 AI·미래기획 대통령비서실 수석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서명했다.

크라치오스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한국과 같은 동맹국과의 양자 협력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각각의 기술 번영 협정은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고 미국과 파트너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정우 수석은 서명식에서 “이번 협정은 혁신을 통해 미래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함께 만들어가려는 공동의 노력에서 첫 걸음”이라며 “AI, 바이오, 6G, 양자, 우주 탐사 등 핵심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I 수출 조율부터 데이터 현지화까지

이번 협정의 핵심은 AI 적용과 혁신 가속화다. 미국과 한국은 AI 수출을 조율하고, 양국의 수출 통제 및 집행을 강화하며, 미국 AI 표준혁신센터와 한국 AI 안전연구소 간 파트너십을 계측학과 표준 혁신에 집중하기로 했다.

신뢰받는 기술 리더십 구축도 중요한 축이다.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기술 기업과 디지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의 운영 부담을 줄이고, 특히 혁신적인 데이터 현지화 호스팅 아키텍처에 대한 장벽을 제거하기로 했다.

협력 범위는 연구 보안, 바이오·제약 공급망 구축, 양자기술 보호, 우주 탐사, 6G 통신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NASA의 아르테미스 II 임무에 한국 위성이 탑재되며, 한국측위시스템(KPS)과 GPS의 호환성 및 상호운용성 확보 작업도 진행된다.

◇ 아마존 7조 원 투자도 협정의 일환

백악관은 같은 날 발표한 팩트시트에서 아마존이 2031년까지 한국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술 번영 협정의 구체적 성과 중 하나로, 미국의 AI 수출과 리더십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362억 달러), GE 항공엔진 구매(137억 달러), HD현대와 세르베루스의 미국 조선소 현대화 투자(50억 달러), 한화오션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프라 확충(50억 달러) 등 총 수백억 달러 규모의 양국 간 거래가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