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양자컴퓨터, 슈퍼컴 1만3000배 제쳤다
분자 구조 분석 2시간 만에… 슈퍼컴은 3.2년 걸려
구글이 양자컴퓨터로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보다 1만3000배 빠른 계산에 성공했다.
구글은 22일(현지시간) 자사의 ‘윌로우(Willow)’ 양자칩으로 ‘퀀텀 에코스(Quantum Echoes)’ 알고리즘을 실행해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를 세계 최초로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 성과로 양자컴퓨터가 이론적 가능성을 넘어 실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메아리’ 원리로 분자 구조 들여다봐
이번에 개발된 퀀텀 에코스 알고리즘은 동굴에서 메아리로 거리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양자컴퓨터에 신호를 보낸 뒤 특정 지점을 건드리고, 신호를 역으로 되돌려 돌아오는 ‘메아리’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양자 특유의 ‘보강 간섭’ 현상이 일어나 신호가 증폭되면서 극도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구글은 105개 큐비트(양자 정보 단위)를 탑재한 윌로우 칩으로 이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같은 계산을 슈퍼컴퓨터로 수행하면 약 3.2년이 걸리지만, 윌로우는 단 2시간 만에 완료했다. 1만3000배 빠른 셈이다.
이번 성과는 ‘검증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동일한 수준의 다른 양자컴퓨터로 실험을 반복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동안 양자컴퓨터의 성과들은 검증이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재현 가능한 신뢰성을 갖췄다.
◇ 신약개발·신소재 연구 ‘게임 체인저’ 될까
구글은 이 기술을 실제 분자 연구에 적용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와 협력해 15개 원자와 28개 원자로 구성된 분자를 분석한 결과, 기존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정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MRI와 같은 원리인 ‘핵자기공명(NMR)’ 기술로 분자 구조를 파악한다. 하지만 원자 간 거리가 멀면 측정이 불가능했다. 양자컴퓨터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더 먼 거리의 원자 간 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다.
이는 신약 개발 분야에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된다.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분자 구조를 세밀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소재, 태양광 패널 등 신소재 개발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하트무트 네벤 구글 퀀텀 AI 책임자는 “5년 내 양자컴퓨터로만 가능한 실용적 응용 사례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