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xAX] 사람 떠난 연휴, 불 꺼진 공장에서 로봇이 일한다

3D 기피업종으로 불리는 제조업계 인력난 대두 대기업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다크팩토리 도입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 심화… 글로벌 경쟁도 치열

2025-10-03     유덕규 기자
/일러스트=챗GPT 달리.

추석 연휴가 시작되면 인력들이 연휴를 떠나며 공장의 불이 꺼진다. 하지만 일부 공장에서는 이미 사람이 떠나 불이 꺼진 채로 생산 라인이 돌아간다. 사람대신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하는 ‘스마트팩토리·다크팩토리’가 그 정체다.

제조업 분야의 인력난은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3D(Dirty·Dangerous·Difficult) 업종으로 불리며 20~30세대의 신규 인력들이 기피하는 직종이다. 더럽고, 위험하고, 어렵다는게 그 이유다. 이같은 문제점은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더욱 커다란 문제로 다가온다. 어렵게 구한 인력마저 연휴에 고향을 찾으며, 명절 때마다 공백은 더 크게 드러난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현재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무인 공장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일본의 한 화학공장은 30일간 인간 개입 없이 운영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창원 LG스마트파크가 냉장고 1대를 13초 만에 생산하고, 현대자동차는 싱가포르에서 100% 자율화 공장을 운영하는 등 성과가 내고 있다.

다크팩토리는 사람이 없어 조명과 냉난방이 필요 없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명절이나 심야 시간대에도 멈추지 않는다. 정도범 KISTI 책임연구원은 “공장 안은 어두워지지만, 밖은 더 밝아진다”며 “AI가 제조업 전체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제조업체가 이런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장하영 써로마인드 대표는 중소기업의 83%가 “AI는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단계에 도달한 기업은 0.6%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전사적 자원 관리(ERP), 제조 실행 시스템(MES) 같은 기초 시스템만 도입한 수준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 뿐 아니라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은 ‘AI 제조 2025’ 전략으로 AI 기업 4500개를 육성하고 인프라 센터 250개를 구축했다. AI 제조 관련 특허는 3만8000여 건에 달한다. 미국은 60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인간 중심의 ‘인더스트리 5.0’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AI 제조 기술 적용 사례는 늘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의 나노 탐침 자동 검사, 레이저 용접 불량 실시간 감지, 3D프린터 오류 모니터링 등이 대표적이다. 소음과 진동만으로 불량을 감지하는 모델도 개발됐다.

문제는 기술 도입 비용과 인력이다. 장 대표는 “중소·대기업의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술·인력·비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점진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는다. 하지만 일부 첨단 공장에서는 불이 꺼진 채로 로봇들이 묵묵히 일한다. 노동시장 위축과 청년층 기피 현상 속에서 AI와 로봇이 제조업 위기를 돌파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변화가 모든 제조업체에 골고루 적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정 책임연구원은 “AI 기술의 성공은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데이터, 인재, 조직, 문화 등 생태계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기술 도입보다 필요성과 활용처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