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설명하는 닥터앤서 3.0 “병원과 집, AI가 잇는다”
김대진·권자영 교수, 리메디아·Q에이전트 플랫폼 3년간 구축 “환자 고충에서 출발” 암·심장·산모 등 질환별 맞춤형 솔루션 개발 EMR-웨어러블 융합으로 병원-가정 연계, 해외 임상 실증까지
국내 대표 의료기관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병원 밖 환자 관리 체계를 혁신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에 나섰다. 닥터앤서 3.0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각각 이끄는 두 컨소시엄이 에이전트 AI 기반 환자 맞춤형 예후 관리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1일 열린 닥터앤서 3.0 사업 발표회에서 서울성모병원 김대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와 세브란스병원 권자영 교수(산부인과)는 각각 총괄책임자로서 향후 3년여간의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두 컨소시엄은 ‘쌍둥이 과제’로 불리며, 각기 다른 질환군을 대상으로 하되 환자 중심의 포스트 케어(사후 관리)라는 공통된 목표를 추구한다.
◇ 암·심장·피부질환부터 산모·소아까지, 일상 속 AI 주치의
서울성모병원 컨소시엄이 개발하는 ‘리메디아(ReMEDIA)’ 플랫폼은 암, 심장질환, 피부질환 환자를 위한 세 가지 솔루션으로 구성된다. 김대진 교수는 “정신과 의사로서 신장암 환자들이 수술 후 관리 소홀로 투석까지 가는 경우, 유방암 환자들이 림프부종과 폐경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환자들의 실제 페인 포인트(고충)에서 출발한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리메디아는 질환별로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운영한다. 암 환자를 위한 ‘캠메디아(CaMedia)’는 신장암 환자의 심부전 위험을 예측하고, 유방암 환자의 림프부종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하트메디아(HeartMedia)’는 심장질환자의 급성 악화를 조기 감지해 응급 상황을 예방한다. 김 교수는 자신의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갔던 경험을 언급하며 “의사가 아닌 일반인도 적시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컨소시엄은 산모, 중증 소아, 관절 수술 환자 등 6개 질환군을 대상으로 한다. 권자영 교수는 “환자들이 이미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자신의 의학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과 가정의 웨어러블 기기,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융합한 맞춤형 서비스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임신부가 “머리가 아프고 아기가 안 노는 것 같다”고 입력하면 AI 에이전트가 산모의 나이, 임신 주수, 최근 혈압 추이 등을 자동으로 분석해 혈압 측정과 태아 심박 확인을 지시한다. 측정값이 입력되면 AI가 위험도를 판단해 병원 방문을 권고하고,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 미리 전달하는 식이다. “비의료인인 부모가 집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의 불안감을 AI가 해소해준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 국내 실증 넘어 글로벌 의료 표준으로
두 컨소시엄 모두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측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의료기관과 협력을 추진 중이며, 전 세계 가톨릭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통한 확산도 구상 중이다. 김 교수는 “올해 11월 교황청이 주최하는 ‘AI와 의료’ 관련 회의에 참석해 닥터앤서 3.0을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컨소시엄은 전국 1·2·3차 의료기관에서의 다기관 임상 실증을 강조한다. 권 교수는 “에이전트 AI는 소수 기관이 아닌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검증되어야 실용화될 수 있다”며 “마지막 해에는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임상 실증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두 컨소시엄 모두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과 웨어러블 IoT 연동을 핵심으로 한다. 권 교수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질환이나 서비스가 바뀌어도 에이전트와 디바이스만 교체하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두 컨소시엄은 향후 3년 3개월간 소프트웨어 정확도 90% 이상, 25개 이상의 AI 에이전트 개발, 7건 이상의 인허가 취득, SCI급 논문 게재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서번트 리더십(섬김), 스피드(속도), 스마일 리더십(긍정)의 3S 원칙으로 대한민국 의료 AI가 글로벌 선도 모델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닥터앤서 3.0은 기존 1.0(참여 병원 위주), 2.0(국내 병원 중심 정밀의료)를 넘어 환자 중심의 예후 관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