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트윈’ 이용자 데이터 영구 삭제… “10년 추억 증발”
분노한 이용자들, 구글플레이에 ‘평점 0’으로 항의 데이터 날리고 앱 광고판에만 공지… 부실 대응에 분노 “연애, 출산, 결혼, 강아지, 친구, 가족 추억 한순간 없어져”
커플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불렸던 메신저 앱 비트윈(Between)에서 내부 실수로 사용자 데이터들이 모두 영구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용자들의 추억이 담진 사진·영상 데이터 등이 한순간에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비트윈은 ‘복구 불가’라며 찾기 어려운 공지사항을 올려놓고 구체적인 보상이나 후속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사용자들의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비트윈 서비스 운영사 다이렉트미디어는 지난 23일 앱 내 확인할 수 있는 공지사항을 통해 지난 13일 미이용 사용자를 대상으로 기간이 경과한 데이터를 삭제하던 중 일부 무과금 및 유료 플러스 회원의 데이터가 영구 삭제돼 복구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알렸다. 비트윈 측은 “긴급 점검으로 확인했지만 이미 삭제된 데이터를 복원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며 “이용자 여러분께 큰 불편과 상심을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구글플레이 앱 평점 및 리뷰에는 분노가 담긴 별점 0점 리뷰가 쏟아지고 있다. 사용자 중에는 10년, 7년 등 오랜 기간 애플리케이션에 사진을 올리며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많았다.
한 리뷰에서는 “연애 시절부터 결혼, 출산까지 추억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이용자는 “10년 사진을 올렸다”며 “차곡차곡 올렸던 소중한 기억들은 다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사과문 하나만 딸랑 올리면 끝이냐”며 분노했다. 다른 이용자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다 날아갔다”며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이냐”고 토로했다.
또한 이용자들은 기업의 대응 방식에도 분노를 드러냈다. 비트윈은 이번 사태를 알리면서도 웹사이트나 이메일 공지가 아닌 앱 내 광고 배너가 노출되는 영역에 공지를 띄워 이 사태를 알렸다. 이에 많은 이용자들이 뒤늦게 이 문제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하거나 웹사이트 공지사항이나 팝업도 띄워놓지 않았다”며 “평소 광고가 올라오는 곳에 이 공지사항이 올라와 엄청 찾아야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지사항도 확인하기 어려운 형태로 해놓고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아무런 보상이나 대책도 없다”고 말했다.
30일 기자와 만난 한 피해 이용자도 “피해자인데 공지사항도 찾아서 들어가야 볼 수 있고, 아무런 대책도 없어 답답하다”며 “소중한 추억들이 전부 삭제됐는데 알려지지도 않고, 문제가 심각한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플레이 앱 평점 및 리뷰에 또 다른 피해 이용자는 “데이터 보관으로 사업하는 업체가 데이터를 다 날렸는데 죄송하다고만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죄송하다는 말이면 끝이냐”면서 보상이든 다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비트윈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는 3일 올라온 개인정보 처리 위탁업체 추가 안내 공지사항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23일 앱 내 광고란에 공지사항으로 이 사태를 알린 뒤 그 이후에는 아무런 공지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사용자는 “일부러 공지사항도 확인하기 어렵게 해놓고 추후 대책이 없다”며 “이용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개인 블로그나 앱스토어 리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윈은 ‘국민 커플앱’으로 불리며 글로벌 다운로드 3500만 건을 넘긴 메신저 앱이다. 2011년 박재욱 VCNC 전 대표가 개발했다. 이후 2018년 쏘카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2021년 크래프톤 계열사 비트윈어스가 사업을 이어받았으며, 2022년부터는 크래프톤의 AI 콘텐츠 자회사 띵스플로우가 운영을 맡아왔다. 이후 지난해 ‘알라미’ 앱을 운영하고 있는 딜라이트룸이 비트윈 서비스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