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규의 AIways] 배터리 기술 발전에도 안전 ‘제자리걸음’

26일 국정자원 화재로 배터리 문제 대두 지난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제와 비슷 “배터리 안전 규제, 비용 절감 문제 아니야”

2025-09-30     유덕규 기자

[편집자 주] AI 기술이 우리 일상에 찾아왔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 곳곳에 AI 기술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매체 THE AI의 유덕규 기자는 ‘AIways’ 기획을 마련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AI 기술을 소개합니다. AIways는 ‘언제나’라는 뜻 Always와 AI 방법들이란 의미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AI 방법들을 ‘AIways’ 기획에서 알아보세요.

/일러스트=챗GPT 달리.

배터리는 피지컬AI,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와 하드웨어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국내외 배터리 개발사들은 더 작고 출력이 높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배터리의 폭발이나 화재의 피해 위험도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일어난 화재는 안전 규정 강화, 주기적 점검, 재해 복구 체계 마련이 병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배터리와 안전 규정에 대해 한 번 살펴봤습니다.

◇ 배터리 화재, 왜 일어났을까

국정자원에서 일어난 화재는 국정자원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의 이설 공사 중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일어나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배터리 결함과 함께 작업자의 안전 절차 미준수가 화재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의 주 원인이 배터리의 하자는 아닐 것으로 추측됩니다. 국정자원 UPS에 탑재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2013년 생산한 배터리 제품을 LG CNS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장치를 붙여 UPS 패키지 형태로 조립해 2014년경 납품한 제품입니다. 보증기간은 10년으로 지난해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10년 이상 멀쩡했던 배터리가 단순 노후화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보다는 작업자의 안전 절차 미준수로 인해 화재가 났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립니다. 현장에서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UPS 이설 공사 과정에서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블을 해체하다 쇼트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UPS는 고전압 직류(DC) 전원을 사용하는데, 직류 전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순간적으로 전압이 치솟으면서 스파크와 절연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번 UPS 이설 공사에 비전문 업체와 일용직 노동자(아르바이트)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작업자의 미숙이 화재의 원인일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립니다.

◇ 제자리걸음 중인 안전 관리 절차

사실 이번 대전 국정자원의 화재는 새롭지 않습니다. ESS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국내에서는 배터리 관련 화재나 폭발사고는 이어지고 있죠. 이번 국정자원 화재와 비슷하게 지난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도 배터리 랙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때의 화재로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들이 마비됐고 복구에는 5일이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이번 대전 국정자원 화재는 카카오 화재 이후 안전 설비에 대해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우선 해당 화재의 배터리는 보증기간이 1년이 지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는 단순히 성능 유지나 무상 교체 범위를 뜻할 뿐 곧바로 화재 원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배터리의 수명은 충·방전 사이클과 사용량에 따라 서서히 저하되며, 노후화가 즉각 발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화재를 “보증 만료된 노후 배터리 때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NCM 배터리와 LFP 배터리의 화제 강도 비교 사진. /화재보험협회 방재시험연구원.

특히 한국은 배터리 안전 관리에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나라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은 다원계 배터리로, 니켈·코발트·망간을 조합한 NCM(삼원계) 배터리를 비롯해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번 화재에 사용된 UPS 역시 NCM 배터리였는데, 이는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대신, 관리가 미흡하면 열 폭주 등 안전성 위험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에너지밀도를 강점으로 삼는 국내 배터리 산업 구조상, 철저한 안전 관리와 운영 체계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안전관리는 어떻게

배터리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안전 관리가 제자리에 머문다면, 우리는 언제든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센터, 피지컬AI 인프라, 전기차, ESS까지 오늘날 배터리가 들어가지 않는 산업 현장은 없습니다. 특히 한국의 ‘기술 경쟁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잠재적 위기 요인’을 없애기 위한 답은 분명합니다. 우선 이번 화재에도 지난해 6월 점검에선 문제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화재는 점검을 마친지 약 15개월이나 지난 후 였습니다. 이러한 배터리 점검 주기를 단축하고, 배터리 관리 기준을 좀 더 세밀하게 해야합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비용 문제로 중소기업 내에서는 형식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사각지대도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배터리 안전 관리를 절감해야 할 비용 문제가 아닌 신뢰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AI 기반 예측 진단 BMS, 디지털·버츄얼 트윈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사고 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으로 전환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력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강국의 타이틀을 지키려면 안전 관리 수준 또한 세계 최고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비로소 배터리 강국의 위상을 안전이라는 토대 위에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