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 강조한 카카오, 정작 카카오톡에선 청소년 보호 ‘구멍’

국내 최초 AI 세이프티 가입 외쳤지만 청소년 숏폼 무방비 노출 메신저라 유튜브처럼 차단도 어려워… “1년마다 폰 인증과 증명서 제출해야”

2025-09-27     김동원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이프 카카오에서 발표하고 있다. /카카오

카카오가 ‘이프 카카오(if kakao25)’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안전성과 윤리를 강조하며 ‘카카오 AI 세이프티 이니셔티브’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소개했지만, 정작 카카오톡 개편 과정에서는 청소년 보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행사에서 AI 얼라이언스 국내 기업 최초 가입, UN 유관기관과의 협력, AI 가드레일 모델 ‘카나나-세이프가드’ 오픈소스 공개 등을 통해 ‘안전하고 책임있는 AI’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상호 AI Quality & Safety 성과리더는 “AI Safety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지속적인 논의와 합의를 거쳐 공통적인 표준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기술 발전 속도에 부합하는 안전벨트 개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톡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지금탭’의 숏폼 기능 도입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콘텐츠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존 유튜브나 틱톡 등에서 제공되던 숏폼 콘텐츠가 이제 5000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내에서 별도의 연령 확인이나 부모 동의 없이도 자유롭게 시청 가능해진 것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하루 종일 숏폼을 봐서 이를 차단하고자 했는데, 이제 유튜브 앱을 차단해도 카카오톡에서 쉽게 숏폼을 볼 수 있게 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부모들은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관리를 위해 특정 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카오톡은 메신저의 필수 기능 때문에 차단하기 어렵다. 카카오톡에서 숏폼이 뜨는 옵션을 없애려면 부모가 본인폰과 자녀폰을 인증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마저도 1년마다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카카오가 이번 개편에서 이같은 조치를 한 건 숏폼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창구를 만들어 상업적 확장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신아 대표는 “‘카톡 해’'라는 말이 메시지 보내는 것을 넘어 더 큰 세상을 경험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방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AI 윤리와 안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플랫폼 내에서 청소년들이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50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AI 기술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 특히 청소년들의 건전한 이용 환경 조성에도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