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3시간 복구’ 허언 증명
화재 진압만 밤새도록… 전산실 온도 160℃로 복구 작업 착수 못해 우체국·나라장터·통계청 시스템 중단,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가 약속했던 “3시간 내 전산 복구”가 헛된 약속이 됐다. 26일 오후 화재 발생 후 10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전산실 내부 온도가 160℃까지 치솟았고, 27일 오전에는 배터리 일부에서 재발화까지 발생하면서 복구 작업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이번 화재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사고로 우체국 업무가 오프라인으로 전환되고 각종 정부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 3시간 이내 복구 자신, 결과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그동안 정부24, 주민등록시스템, 홈택스 등 주요 국가정보시스템을 대전·광주센터 간 실시간으로 상호 백업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또 대전센터가 소실될 경우 재해복구시스템을 통해 3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실제 화재 발생 직후 일부 서비스는 차질을 빚었고, 무엇보다 정부가 약속했던 다중지역 동시가동 체계 전환이 가동되지 못했다.
국정자원 측은 “화재 진압에 밤새 아침까지 걸렸으며 아직 열기가 다 빠지지 않아 복구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라고 인정했다. 소방당국이 소방차 70여 대와 소방관 70여 명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 진압엔 시간이 걸렸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으로 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번 불이 붙으면 내부 화학 반응이 끝날 때까지 계속 타오르는 특성이 있다.
이재영 국정자원 원장은 “3시간 이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저희가 장애 목표 기한으로 잡고, 내부적으로 서비스 수준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장애는 화재로 인한 것이고, 화재 진압에 밤새 아침까지 걸렸으며 아직 열기가 다 빠지지 않아 복구 작업에 착수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이번 경우는 원인이 달랐다”고 변명했다.
◇ 추석연휴 앞둔 우체국 마비…국민 피해는 고스란히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화재로 인한 전산망 마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를 불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우체국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택배 대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의 홈페이지, 국가통계포털(KOSIS), 마이크로데이터, 통계지리정보 등 주요 서비스도 중단됐다. 기획재정부 ‘열린재정’, 조달청 ‘나라장터’를 비롯해 기재부 산하 기관들의 홈페이지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 일부 서비스는 대체 사이트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교통민원24, 홈택스, 국민건강보험 등이 대체 경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평상시보다 접속 지연과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국정자원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재해복구(DR)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일부는 최소한의 규모에 그치고, 스토리지나 데이터 백업 전용 형태로만 마련된 경우가 있어 모든 시스템을 즉시 전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