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서 시작

2012년 납품 UPS 배터리서 열폭주 발생 소방차 70대 투입에도 진화 난항 휴먼 에러 vs 제품 결함 놓고 책임 공방 예상

2025-09-27     김동원 기자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에 공급한 UPS(무정전전원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에 공급한 UPS(무정전전원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인되면서 배터리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번 사고로 주요 정부 전산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전산망 장애를 ‘사회재난’으로 분류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년 된 노후 배터리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를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업계의 UPS용 제품 안전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 LG에너지솔루션 UPS 배터리, 12년 사용 후 화재 발생

이번 화재의 원인이 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년에 제작·납품한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로 밝혀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고출력 성능을 기반으로 백업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UPS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고 홍보해 왔다. 

리튬이온배터리는 납축전지 대비 약 1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 장점으로 꼽혀 왔다. 공간 대비 에너지 효율성이 뛰어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LG에너지솔루션의 UPS용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 배터리는 사용 기간이 12년 이상 지난 배터리로 이미 보증 기간은 만료된 상태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정기 안전 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70여 대와 소방관 70여 명을 투입했으나,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으로 발생하는 화재는 한번 불이 붙으면 내부 화학 반응이 끝날 때까지 계속 타오르는 특성이 있어 불길을 잡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의 경우 진화에 물 110톤이 필요하고 온도가 1000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점에서 UPS용 배터리 화재도 유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위험성, LG 제품도 예외 없어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충전·과방전, 외부 충격, 고온 환경 노출, 제조 결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니켈 함량이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는 고온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에 기계적 이상조건, 전기적 이상조건 및 열적 이상 조건이 발생하면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며, 열폭주 발생 시 발생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이를 제어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UPS용 배터리도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태생적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배터리 열폭주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초 단위인 셀이 내외부의 열적 요인이나 화학적 충돌로 인해 온도가 급상승하고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으로, 한번 발생한 열폭주는 주변 셀의 연쇄적 발화로 이어지며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는 휴먼 에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장에서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UPS 이설 공사 과정에서 전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블을 해체하다 쇼트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UPS는 고전압 직류(DC) 전원을 사용하는데, 직류 전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순간적으로 전압이 치솟으면서 스파크와 절연 파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산망 장애 ‘사회재난’ 첫 적용으로 파장 확산

이번 대전 국정자원 화재는 전산망 장애가 처음으로 ‘사회재난’으로 관리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오전 8시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다.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전산망 장애가 사회재난 유형에 포함된 이후, 실제 절차가 작동한 첫 사례다.

현재 주요 경제부처 전산망이 먹통이 됐다. 통계청의 홈페이지, 국가통계포털(KOSIS), 마이크로데이터, 통계지리정보 등의 서비스가 중단됐고, 기획재정부 ‘열린재정’, 조달청 ‘나라장터’를 비롯해 기재부 산하 기관 홈페이지도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 일부 서비스는 대체 사이트를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교통민원24, 홈택스, 국민건강보험 등이 대체 경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작업자의 전원 차단 미흡 등 휴먼 에러일 경우 안전 절차 관리·감독 책임을 두고 공방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밝혀지는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업계는 안전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공공기관 등 전력인프라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채택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형 화재가 반복된다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는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와 유사한 양상을 띠었다. 당시에도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돼 전산 서비스가 마비됐던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9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후 높은 성장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UPS용 배터리 제품의 장기 안전성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엔드포인트 보안 도구의 사각지대에 있는 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와 UPS 시스템의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며 “배터리 안전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특히 노후 배터리에 대한 선제적 교체와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