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망 647개 마비… 카카오 먹통 질책했던 정부의 실체

3년 전 카카오 질타했던 정부, ‘단일 지점 장애’ 동일 문제 발생 대전 데이터센터 화재로 정부24·국민신문고 등 647개 시스템 중단 추석 앞둔 시점에 우체국 전산까지 마비… 국민 불편 가중

2025-09-27     김동원 기자
행정안전부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서비스 장애에 대응하기 위해 윤호중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했다. /행정안전부

26일 오후 8시 15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 중단됐다. 정부24,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인터넷우체국 등 70개 정부 온라인 서비스가 동시에 마비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2022년 10월 카카오톡 전국 먹통 사건 당시 정부가 민간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의 이중화 시스템 부족을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완벽한 대비책을 강조했으나, 3년 후 정부 자신의 전산망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 카카오 사태 때 “우리는 다르다” 자신했던 정부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전국적으로 마비됐을 때, 정부는 민간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시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또 범정부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천명했다.

◇ 정부 전산망도 ‘단일 지점 장애’ 취약점 드러내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정부가 카카오를 비판했던 바로 그 문제점들이 정부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존재함을 보여줬다.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647개 업무시스템이 동시에 마비된 것은 정부 전산 시스템 역시 단일 지점 장애에 취약했음을 의미한다.

화재 원인은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를 지하로 이전하는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화재의 영향으로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버의 급격한 가열이 우려돼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가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10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으나, 전산실 내부 온도가 160℃까지 상승해 복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27일 오전 8시 40분경에는 배터리 일부에서 재발화가 발생하기도 했다.

◇ 복구 일정 불투명… 우체국 등 국민 서비스 차질 우려

정부는 현재까지 647개 업무시스템의 명확한 복구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민재 차관은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화재 이후 접속되지 않는 우체국 사이트.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우체국 전산 마비로 인한 택배 배송 조회, 인터넷뱅킹 서비스 차질 등이 우려된다. 

카카오톡 먹통 사건 당시 카카오는 화재 발생 약 10시간 후 초기 서비스를 복구했고, 완전 복구까지 약 5일이 소요됐다. 반면 정부는 아직 주요 서비스들의 복구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에서 우체국 전산 마비로 인한 택배 배송 조회, 인터넷뱅킹 등 서비스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각 행정기관에서 수기 접수 및 처리, 대체 절차 안내 등을 통해 국민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과 국가정보통신망을 통합 운영하는 기관으로, 정부 전산 자원의 ‘클라우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