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포장한 카카오 AI, 실상은 후발주자
2021년 하루 차이 경쟁했던 LG·카카오, 3년 후 명암 갈려 글로벌 무대 선 LG vs 오픈AI 빌려온 카카오 이프 카카오서 ‘최초’ 남발하며 재기 노려… “AI보단 AX서 강점” 평가
인공지능(AI)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카카오가 ‘AI 일상화’를 무기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과거 경쟁사들과의 경쟁에선 더욱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는 24일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개최한 ‘이프 카카오(if kakao25)’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AI 기술 성과를 공개했다. 조직 전반의 혁신, 자체 모델 개발, 안전성 확보 등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로 포장된 기술들의 실상은 경쟁사 대비 뒤처진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는 2021년 12월만 해도 LG와 하루 차이로 멀티모달 모델을 공개하며 경쟁했었다. LG AI연구원과 카카오브레인은 저마다 AI 모델을 공개하며 AI 선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두 회사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렸다.
LG AI연구원은 자체 기술력으로 오픈AI 챗GPT에 맞설 수 있는 전문가용 ‘챗엑사원(ChatEXAONE)’을 내놨다. AI 국가대표에도 선정되고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해체하고 결국 오픈AI와 협업해 챗GPT를 카카오톡에 결합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 카카오브레인 해체 후 벌어진 격차
과거 카카오브레인은 LG AI연구원과 경쟁하며 멀티모달 모델 개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2021년 12월 LG AI연구원이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EXAONE)’을 공개하자, 카카오브레인도 하루 뒤 AI 멀티모달 모델 ‘민달리(minDALL-E)’를 공개하며 맞섰다.
당시 카카오브레인 대표였던 김일두 오픈리서치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 멀티모달 모델을 곧 공개할 것”이라며 “글로벌 최대 규모 멀티모달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모델과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브레인의 위상은 추락했다. 2021년 11월 공개한 초거대 AI ‘코지피티(KoGPT)’에서 성능 점수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기자가 타매체 시절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카카오브레인은 AI 성능 평가에서 코딩 실수로 실제보다 5점 높은 점수가 나왔다. 다른 기업들은 잘못된 점수를 정정했지만, 카카오만 높은 점수를 그대로 발표해 의도적으로 점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여기에 카카오가 카카오브레인을 본사에 합병하면서 독립적인 AI 연구기관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잃었다.
반면 LG AI연구원은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적 인정을 받는 AI 기업으로 성장했다. 영국 AI 벤치마킹 전문기업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평가에서 엑사원 4.0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최고 AI 모델로 평가받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지능적인 22개 대형언어모델(LLM) 순위에서 미국 기업 13개, 중국 기업 6개에 이어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엑사원 4.0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챗엑사원은 LG그룹 5만 명이 업무용으로 활용하며 “글로벌 빅테크 서비스와 동등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심층 리서치 모드’는 국내 유일한 기능으로, AI가 자체적으로 사전 조사와 분석을 통해 평균 A4 용지 20장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한다. 반면, 카카오는 오픈AI 힘을 빌려 챗GPT를 카카오톡에 녹여내는 전략을 썼다.
◇ ‘최초’ 수식어로 포장된 기술의 한계
카카오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국내 최초’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반 플랫폼 ‘PlayMCP’를 강조했다. 하지만 MCP는 앤트로픽이 개발한 오픈 표준을 활용한 것으로, 카카오 독자 개발 기술은 아니다.
현재 개발 중인 카나나(Kanana)-2 모델 역시 복잡한 지시 수행, 툴 사용, 다국어 확장, 환각 없는 답변 능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성능 지표나 비교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카카오가 강조한 하이브리드 언어모델 계획에서 언급한 ‘추론(Reasoning)’ 모델은 아직 개발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LG AI연구원 역시 올해 3월 추론 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2025학년도 수능 수학에서 94.5점, 수학 문제해결 능력 평가(MATH-500)에서 95.7점을 기록했다. 네이버도 뒤이어 ‘하이퍼클로바 X 씽크(HyperCLOVA X THINK)’로 추론 모델을 상용화했다.
안전성 분야에서도 카카오는 ‘AI 얼라이언스 가입’ 등을 ‘국내 최초’로 강조했지만, 현실은 타 기업보다 뒤처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 AI연구원은 이미 국제 표준화 기구 IEEE-SA와 계약을 체결해 국내 최초 AI 윤리 평가·인증 기관으로 선정됐고, 유네스코 AI 윤리 실행 파트너사로도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AI 안전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발표한 ‘AI 네이티브’ 전환 성과도 대부분 조직 문화 변화에 집중돼 있었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실험이나 해커톤 개선 등은 의미있는 변화이지만, 핵심 AI 기술력과는 거리가 있는 성과들이다.
그러나 카카오가 모든 영역에서 뒤처진 것은 아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소아청소년 AI 의료 서비스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톡과 연계한 ‘닥터라이크’ 서비스는 문진표나 검사기록지를 카메라로 촬영하기만 해도 AI가 천식 가능성을 예측하고 예방법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는 카카오의 플랫폼 경쟁력과 자회사들의 전문성이 결합된 결과로, 응용 서비스(AX)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카카오 출신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부에서 AI를 밀어주기보단 테스트해보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뭔가 단합해 AI를 확 끌어주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AI가 하나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힘을 주는 모습”이라면서 “본사 자체적인 AI 역량보단 계열사들과 연합해 AX로 가는 것이 지금 카카오에 있어 올바른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