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 韓 인재 유치 기회될까

19일 트럼프 서명… 21일 발효 1000달러서 10만달러로 인상 높아진 취업 문턱에 인재 유출 막아야

2025-09-22     유덕규 기자
/일러스트=챗GPT 달리.

미국이 전문직 취업 비자 ‘H-1B’ 비자의 수수료를 100배 인상하자 한국의 인재 유치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H-1B 비자 수수료 를 기존 1000달러(약 139만원)에서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100배 인상하는 포고문에 서명했고 지난 21일 발효됐다.

H-1B 비자는 미국 소재의 기업들이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해외 인재를 고용할 때 사용되는 취업 비자다. 이번 조치는 미국인 일자리 보호와 임금·고용조건 개선을 핵심 취지로 한다. H-1B 비자는 매년 정원 대비 3~4배 많은 신청이 몰릴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외국 인력을 저임금으로 고용하거나 자국민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이 제도를 활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미국 정부는 수수료 대폭 인상을 통해 외국 인력 채용의 문턱을 높이고, 기업이 미국 내 인재를 우선 검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기업이 근로자에게 제시하는 임금 수준도 향상돼, 내·외국인 근로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고용환경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작용도 있다. 비자 비용 인상은 기업들의 고용 비용 증가와 함께 해외 인재들의 고용이 꺼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라는 선택지가 덜 매력적인 선택지로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H-1B 비자 발급 비용 인상이 한국의 인재 유출 완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매년 정원 대비 수배에 달하는 신청이 몰리던 H-1B 비자의 문턱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 인재들이 미국으로 이동하기 어려워지고 국내에 잔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H-1B 비자 발급자의 3분의 2 정도가 IT 업계 종사자임을 감안하면 인공지능(AI) 업계에도 미국을 포기한 인재를 유치할 기회라는 판단이다.

다만 한계도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높은 수수료 부담을 감내할 수 있어 최상위급 인재 유출은 여전히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대신 캐나다·영국·호주·싱가포르 등 인재 친화적인 국가들이 대체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들은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서라도 인재 유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 대신 캐나다·영국·호주·싱가포르 등 인재 친화적인 국가들이 대체지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이 변화를 기회로 삼으려면 보상 체계, 연구 환경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