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훈 가톨릭대 교수 “범용 AI로는 의료 현장 한계… 특화 AI가 돌파구”
18일 서울 코엑스 KHF서 세미나 호스피스·소아 혈액 질환 사례 제시
“범용 인공지능(AI)로는 의료 현장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히 논문같은 자료들을 학습하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가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고태훈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 말이다. 그는 18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OSPITAL+HEALTHTECH FAIR, 이하 KHF)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특화된 AI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특화 AI, 의료 현장 인력 부족의 해답
고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현재 두 가지 특화 AI를 개발하고 있다. 하나는 가정 호스피스 AI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소아 혈액 질환 특화 AI다. 그는 이같은 특화 AI 개발에 나선 이유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초고령사회와 암환자 증가, 완화의료(Palliative Care)의 수요 증가 등으로 인력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24시간 의료진이 붙어있을 수 없다는 것이 주 이유다. 또한 병원들은 경영상 적자를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돌봄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교수는 가정 호스피스용 AI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실제 가정 호스피스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24시간 울리는 핸드폰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환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AI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AI 간호사 아바타가 환자나 보호자와 대화하며 통증 조절이나 진통제 복용에 대한 안내를 제공한다.
소아 혈액질환 환자들도 인력난에 처해있다. 고 교수에 따르면 전국 소아청소년과 교수 중 혈액종양 전문가가 60명을 넘지 않는다. 고 교수가 개발 중인 혈액질환 AI는 일반 소아과 의사들이 혈액질환 의심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서울성모병원의 소아 혈액질환 환자 1500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4000개의 질의응답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추가 검사를 권하거나 상급병원 의뢰가 필요한지 등을 안내해 주는 방식이다.
◇ 특화 AI 성과 공개… 무료로 가능
고 교수는 작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초거대 AI 확산 사업을 통해 의학 지식 말뭉치(코퍼스)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보라매병원 등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저작권 협의가 완료된 치료 가이드라인, 논문, 교과서 등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특히 필수 의료 분야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관련 내용에 집중했다. 의료진이 직접 만든 질의응답 데이터 3000개를 시드 데이터로 활용하고, AI를 통해 질의응답을 생성한 후 의료진과 전문가의 엄격한 검수를 거쳐 최종적으로 3만3000개의 질의응답 데이터를 완성했다. 구축된 데이터셋은 현재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고 교수는 “올린 지 얼마 안 된 것 치고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를 받고 있어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현재 정부의 주권 AI 사업에서도 5개 컨소시엄 중 3곳에서 이 데이터를 활용하겠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인 알리바바의 ‘큐웬 2.5’ 모델을 파인튜닝해 테스트한 결과, 의사국가고시를 통과할 수 있는 60점 이상의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특화 AI ‘헤마어시스트’ 시연해보니
세미나가 끝난 뒤 전시회 C홀에 위치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는 고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소아 혈액질환 챗봇 ‘헤마어시스트(Hemaassist)’의 시연을 볼 수 있었다. 헤마어시스트는 혈액학(Hematology)와 어시스트(Assist)를 조합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해당 챗봇은 고 교수가 직접 혈액 질환이 의심되는 가상의 환자 증상을 입력하면 어떠한 검사가 필요한지, 추가적인 검사는 뭘 해야할지 등을 조언해 준다. 검사 결과를 넣으면 어떠한 수치가 정상이고, 비정상이거나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 또한 유사 환자들의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치료나 수술, 처방을 받았는지 등도 체크할 수 있다. 헤마어시스트는 서울성모병원, 디지털팜, 업스테이지와 같이 개발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의료 분야에 생성형 AI가 적극적으로 적용되려면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해서는 안 되고 뭔가 다양한 방법으로 구체적인 어떤 대처 방안 같은 것들이 제시가 돼야한다”며 “이것이 선결되야 의료진이나 간호사, 환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특화된 생성형 AI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지금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을 썼을 때 소아 혈액 질환에 대한 특화적인 질문을 했을 때는 당연히 이제 챗GPT를 비롯한 거대 LLM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