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엄 버넷 美 프린스턴대 교수 “AI, 인간 집중력 착취… 안전망 구축 시급”

AI가 인간 집중력 착취 극대화 연대·집단 행동·안전망 구축 필요

2025-09-17     구아현 기자
그레이엄 버넷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7일 개인정보위원회가 주최한 ‘GPA 2025 서울’에 AI 시대 인간의 집중력 착취를 막는 안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아현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인간의 집중력(Attention) 착취와 다양성 회복을 위해 집단적인 노력과 새로운 안전망 구축이 시급합니다.”

그레이엄 버넷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7일 개인정보위원회가 주최한 ‘GPA 2025 서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시대 인간의 집중력 착취 문제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연대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버넷 교수는 역사, 과학, 기술에 대해 가르치는 기술역사학 교수다. 지난 4월 뉴요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AI 시대 인문학의 미래에 대한 독창적 시각을 제시한 바 있다. AI를 단순히 정보검색 도구가 아닌 ‘사유를 돕는 보조장치’로 활용해 인문학 본연의 가치인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인간의 집중력을 착취하고 다양성을 저해하는 AI 시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인간의 집중력을 되찾는 혁명적 집단행동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집중력의 정의는 인간의 본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정한 집중력은 사랑이자 기도이자 의식적 행동”이라고 밝혔다. 인간의 집중력은 단순한 인지 기능이 아닌 인간 존재 자체의 본질, 인간성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AI의 집중력 착취는 인간의 깊이 있는 사고, 성찰, 타인에 대한 공감, 문해력 저하 등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 연구실에서 인간의 집중력을 연구해서 정량하고 이를 광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연구하기도 했다. 버넷 교수는 “연구실에서 20세기 인간의 집중력을 쪼개고 분석해 정량화 가능한 대상으로 만든 연구들이 주로 군이나 대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며 “이들은 사람들의 집중력을 추적하고 조작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마치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자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과사용의 문제를 겪게 된 것처럼 AI 시대에도 사람들의 집중력 착취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버넷은 “개인의 의지력 부족으로 이러한 현상을 치부하면 안된다”며 “연대와 운동이 필요하고 체계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버넷 교수는 AI 기술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술이 나쁜 게 아니라 그런 기술을 지원하는 경제적 모델이 나쁘다”며 “AI 기술 사용에 대한 반대가 아닌 AI 기술 사용으로 인한 인간의 집중력 착취에 대한 반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기기관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의 착취적 노동 시스템이 문제였던 것처럼 새로운 규제와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AI 시스템들은 체스, 바둑 등 인간의 머리나 감각을 활용한 모든 것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기업들이 이런 도구를 인간의 주의력 착취 최대화에 활용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이미 10살 아이들이 하루 9시간씩 화면을 보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버넷 교수는 단순히 화면에 응시하는 시간을 축소하자는 뜻으로 이같이 말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단순히 스크린 타임 20분을 되찾는 게 아니라 인간 집중력의 근본적 다양성과 풍부함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학교는 상업적 집중력으로부터의 피난처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sanctuary(피난처)’ 개념으로 학교는 상업적인 집중력 착취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관심의 경제학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받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는 자신이 속한 ‘집중의 친구들(Friends of Attention)’ 단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브라질에서 시작돼 현재 전 세계 200여 명이 참여하는 비영리 집단행동”이라며 “개인과 사회의 집중력 회복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를 위한 내용을 담은 공동 저서 ‘attensity’를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