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규의 AIways] 나노 바나나, 작은 혁신이 부른 나비효과
나노 바나나, 일관성·사실성 등으로 무장 딥페이크·사기 등 범죄와 일부 직업 실직 우려 “기술의 발전, 막을 수 없다면 직시해야”
[편집자 주] AI 기술이 우리 일상에 찾아왔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 곳곳에 AI 기술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매체 THE AI의 유덕규 기자는 ‘AIways’ 기획을 마련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AI 기술을 소개합니다. AIways는 ‘언제나’라는 뜻 Always와 AI 방법들이란 의미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AI 방법들을 ‘AIways’ 기획에서 알아보세요.
인공지능(AI) 이미지 편집 모델인 ‘나노 바나나(nano banana)’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사업가는 유명 아티스트와 찍은 것처럼 합성한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이를 경고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나노 바나나의 특성이 영화산업에서 한 획을 그을 기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나노 바나나를 활용한 이미지 편집 기술의 후폭풍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나노 바나나, 어떤 AI 모델인가
우선 구글이 발표한 나노 바나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노 바나나는 올해 여8월부터 AI 커뮤니티에서 이슈로 급부상한 AI 이미지 생성 모델입니다. 당시 AI의 성능을 평가·비교하는 플랫폼인 ‘LM Arena’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개발사나 기술 문서, 출처 정보 등 아무런 정보조차 없었지만, 그 성능은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으며 LM Arena 속 이미지 생성 AI 모델들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당시에도 엄청난 기술력으로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라고 사람들은 추측해 왔었습니다. 지난달 26일 구글이 SNS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이미지 생성 및 편집 기능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미지 생성과 편집은 완전히 바나나가 됐다”고 밝히며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나노 바나나는 등장부터 일명 ‘게임 체인저’, 혹은 ‘터닝 포인트’라고 언급돼 왔습니다. 그간 이미지 편집이라는 분야에서 한계로 꼽히는 △사실성 △일관성 △인지기능 등 세 가지 한계를 넘어섰다고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미지를 진짜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편집하고, 이미지 속 인물이나 동물, 사물 등의 정체성을 거의 완벽하게 유지합니다. 아울러 이 과정 속에서 입력하는 명령어(프롬프트)를 이해하기 때문에 AI 모델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며 결과물들을 부분 수정할 수 있게 합니다. 이미지를 첨부하며 ‘사실적인 상업용 피규어로 만들어줘’라거나 ‘옷을 입은 모습으로 만들어줘’ 등 입력한 프롬프트에 맞게 이미지를 생성·편집해 줍니다.
◇ ‘터닝 포인트’라 불리는 이유는
나노 바나나는 그간 AI를 활용해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영화산업에서 AI 활용을 연구하던 분들에게 큰 걸림돌을 치워준 셈입니다.
AI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작업하시는 분들마다 다르지만 크게 3단계로 구성됩니다. 기존의 영화 제작은 ‘기획(프리 프로덕션)→제작(프로덕션)→편집(포스트 프로덕션)’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AI 영화라고 해서 다르지 않지만 프로덕션 과정 중 촬영 부분을 대체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합니다. 또한 편집 과정에서 보다 시간·비용효율성이 높은 기술을 구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단일 이미지 생성에선 느끼지 못했지만 영화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분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바로 ‘일관성’입니다. 기존 AI 영화는 하나의 컷(3~5초)이 되는 영상을 서로 이어 붙이는 과정을 통해 씬(Scene)을 완성하는데, 컷을 만드는 과정에서 AI는 인물의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예를 들어 ‘강아지와 산책 중인 주인공’이라는 컷을 만들 때마다 일관성이 떨어져 컷마다 강아지가 다르다던지, 배경이 바뀌거나 주인공이 바뀌거나 하는 등의 난항이 생깁니다. 그래서 보통 영화를 제작할 때 수백수천개의 컷을 만들고 그 중에 가장 부합하거나 퀄리티가 좋은 컷을 이어 붙여 하나의 씬을 만들게 됩니다.
후처리 과정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AI로 대체할 경우에도 하늘 풍경만 바꾸는 그래픽 작업에서도 옆의 나무나 건물이 같이 뒤바뀌는 등 일관성 유지라는 걸림돌이 늘 변수였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나노 바나나가 등장이 AI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겐 큰 터닝 포인트라는 점입니다. 기존에 영상 생성형 AI를 만들던 구글이 나노 바나나의 기술력을 영상 제작 AI에도 적용해 줄 것이란 전망이죠. 또 프롬프트를 이해하며 난이도도 더욱 낮아지고, 기존 영화들보다 더 사실적인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합니다.
◇ 기술의 발전, 범죄와 직업 삭제한다
앞서 말한 미국의 한 사업가는 자신이 합성한 이미지를 올리며 나노 바나나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트레이딩 앱 ‘애프터아워’의 창업자 케빈 쉬우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랙핑크 리사와 찍은 듯한 사진을 링크드인에 게재하며 “이건 구글 딥마인드의 새로운 나노 바나나(Nano Banana) 모델로 단 몇 초 만에 생성된 이미지”라며 “모든 셀피(selfie)를 믿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AI 기술의 발전은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늘리고 딥페이크의 우려가 있다는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됐지만, 나노 바나나의 출시는 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습니다. 일부 댓글들을 보면 “유명인과의 사칭 범죄도 지속 늘고 있는데, 사기 범죄가 느는 것 아니냐”고 악용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유명인을 지목해 관련 이미지를 생성해달라고 하면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는 경고문구가 나오기는 하지만, 유명인의 사진과 이용자의 사진을 올려 셀피로 만들어달란 요구는 들어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지만 일부 직업들에겐 위기라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기존 이미지 편집이나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일부 직업군들에게는 위협요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 이러한 직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포토샵을 배우지 말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구글은 나노 바나나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에 ‘신스ID(SynthID)’라는 디지털 워터마크를 도입하고 있지만,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 박은지 태제대학교 교수는 “기술의 발전을 거스를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냉철히 파악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며 “기술 발전의 피해자는 내가 될 수 있고,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