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후 위기 해결사, 특화 프론티어 AI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에 따르면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5℃ 높아진,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였다. 2025년 여름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은 지난 7월에만 열대야가 23일을 기록했다. 전국의 폭염 일수는 14.5일로 체감온도 40℃에 육박하는 날이 속출했다. 국지성 ‘괴물 소나기’가 잦아지고 기후가 ‘재난의 일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기상청이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1.5℃ 대응) △2050년까지 탄소 배출 80% 감축(2℃ 대응) △2030년까지 무대응 후 넷제로 정책 추진(지연 대응) △기후정책 미도입(무대응)의 네 가지 시나리오로 기후 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후정책 미도입 시 45조에 달하는 금융 손실이 예상되며,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 시에도 예상되는 손실 규모가 27조원 안팎에 이른다. 환경 문제가 곧 경제 문제라는 말은 더 이상 수사가 아니다.
기후 위기 해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기존의 수치예보 모델은 계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AI는 위성·레이더·지상망에서 들어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해, 수 분 내에 폭우·대기오염·전력수급까지 예측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AI 강수 예측 모델은 1~6시간 초단기에서 기존 대비 최대 162% 정확도를 개선했다는 보고도 있다.
세계는 이미 ‘AI 기후테크’ 전쟁에 들어섰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알파얼스는 광학 위성 이미지, 레이더, 3D 레이저 데이터 등을 통합해 단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10m 해상도로 통합•분석해 기후 변화, 산림 파괴, 식량 안보, 수자원 변화 등 주요 환경 이슈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농업기업과 금융기관이 탄소배출권과 녹색채권 같은 녹색 금융 상품을 설계하는 핵심 데이터로 활용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로라는 5일간 전 세계 대기오염과 10일간 날씨를 기존 모델보다 5000배 빠르게 예측한다. 해류·해빙·허리케인·대기질까지 포괄하며, 재생에너지 기업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발전량 변동성을 줄이는 데 활용된다.
한국도 정부 지원으로 AI 예보 시스템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학계에서는 초단기 강수 예측과 미세먼지 모델링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활용 가능한 기후 데이터의 종류가 부족하고 관리 및 공유 체계도 부족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금융 42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상당 부분이 저탄소 전환이나 설비 지원 중심이라 AI 기반 기후테크 산업 활성화는 요원하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형 기후 특화 프론티어 모델(K-CFM)이다. 지오테크를 비롯하여, 카본테크, 클린테크, 에코테크, 푸드테크 등 모든 기후테크의 기반은 기후 예측에서 시작된다. 위성·기상·환경 데이터를 모아 공공-민간이 함께 활용 가능한 ‘데이터 레이크’ 기반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후 데이터 셋을 공개해 기술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자원 지원과 함께, 기후 전문 실전형 AI 인재 양성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농업 작황 분석, 탄소배출 추적 같은 신사업을 키워야 한다. 기후테크는 단순히 재난 대응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스마트 농업·녹색 금융을 끌어올리는 녹색 성장의 핵심 엔진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시험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혁명의 문을 열고 있다. 한국이 기후 특화 프론티어 AI를 선도한다면, 재난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은 물론, 21세기형 녹색 산업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기후 위기가 새로운 기후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민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테크 위원, 국가AI위원회 기술·혁신 위원,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공공AI TF 위원, 국가AI연구거점 멤버, 과실연 AI 미래 포럼 공동의장, AI 휴먼 소사이어티 이사장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포티투마루는 글로벌 AI 독해(MRC) 경진대회 ‘SQuAD 2.0’에서 구글 AI팀과 공동 1위를 차지, 유럽 최대의 엑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 런던(Techstars London)’에 선정돼 투자를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