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섭 마키나락스 CAIO “만능 AI는 한계, 전문성 갖춘 에이전트가 답”

하나로 다 하려는 ‘모놀리틱 AI’는 실패, 전문 분야별 협업 필요 타이어 설계부터 제조현장까지, 도메인 전문성이 성공 열쇠

2025-09-05     김동원 기자
임용섭 마키나락스 CAIO는 “AI는 이제 단순한 패턴 인식을 넘어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복잡한 계획을 세워 실행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기자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답변 생성을 넘어 복잡한 업무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과거 사람이 몇 초 만에 할 수 있던 일을 AI가 대신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사람도 1시간 이상 걸리는 복잡한 업무를 AI가 순식간에 처리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임용섭 마키나락스 최고AI책임자(CAIO)는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마키나락스 연례행사 ‘어텐션 2025’에서 “AI는 이제 단순한 패턴 인식을 넘어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을 위한 복잡한 계획을 세워 실행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이는 사실상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지식 기반 업무에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만능 AI는 한계”… 역할 기반 전문 에이전트가 답

임용섭 CAIO는 에이전틱 AI의 핵심을 ‘역할 기반 전문 에이전트’라고 정의했다. 하나의 AI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만능 에이전트’보다는 특정 목적에 맞는 전문 에이전트들이 협업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많은 기능과 도구를 AI에게 맡기면 프롬프트가 복잡해지고 역할 구분이 모호해져 오히려 정확도와 효율이 떨어진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관점에서 보면 만능 에이전트는 모놀리틱 구조와 같아 확장될수록 유지보수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마키나락스가 제시하는 해법은 ‘에이전트 플로우(Agent Flow)’ 개념이다. 기업의 특정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파이프라인처럼 정의하고, 각 단계에 필요한 역할 기반 전문 에이전트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마치 잘 짜인 컨베이어 벨트 위에 각 공정의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과 유사하다.

임 CAIO는 “팀장이 ‘지난 분기 A제품 신규 고객사 매출 실적 보고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기존에는 담당자가 ERP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엑셀로 가공해 PPT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수동으로 해야 했다”며 “에이전틱 AI는 이런 정형화되지 않은 업무 과정을 이해하고 목표에 맞는 계획을 세워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범용 AI 한계 극복한 ‘도메인 특화’가 성공 열쇠

임 CAIO는 범용 AI의 한계를 타이어 디자인 사례로 설명했다. AI가 생성한 타이어 패턴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타이어 디자이너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며, 배수 성능이나 마모 특성 같은 전문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범용 AI는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일반인 수준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라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질문에는 매우 일반적인 답변만 제공해 현장 작업자들이 만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키나락스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메인 인식’ 단계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고객 요구사항을 듣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고객사의 암묵적 지식과 노하우를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과정이다.

실제 적용 사례도 다양하다.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는 설비 이상 발생 시 원인 추적부터 담당자 알림, 코드 변경, 시뮬레이션, 적용까지의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들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조업에서는 PLC 코드 분석 솔루션을 통해 자동화 엔지니어의 수동 분석 업무를 AI가 대신하고 있다.

임 CAIO는 “AI는 지금도 계속 성능이 좋아지고 있어 당장의 성능에 너무 개의치 말고, 사람의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며 “단순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부터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열린 어텐션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마키나락스의 연례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LG AI연구원,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리얼월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오토에버, 엔비디아 등 마키나락스의 파트너사와 고객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