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시간 혁명’, 韓 제조업 판도 바꾼다
현대오토에버, AI 에이전트로 자동차 공장 ‘무인 자율제조’ 실현 한국수자원공사, 홍수예측·누수탐지까지… ‘물 관리’ AI화 성공 두산에너빌리티, 발전소 도면검토 시간 85% 단축
한국 제조업과 인프라 산업에 ‘시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수십 분에서 수 시간이 걸리던 핵심 업무들이 인공지능(AI) 도입으로 10분 내외로 단축되면서,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마키나락스 연례행사 ‘어텐션 2025’에서는 현대오토에버,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에너빌리티가 나와 AI로 혁신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단순한 효율성 개선을 넘어 ‘사람 없는 공장’, ‘무인 관제 시스템’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 현대오토에버, AI 에이전트로 제조 현장 자율화 구현
유누리 현대오토에버 책임은 ‘SD브레인’이라는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통해 자동차 제조현장의 자율화를 실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SD브레인은 기존의 제조실행시스템(MES), 지능형 공장관리 시스템, 품질관리 시스템, 버추얼 팩토리 등을 AI 에이전트가 통합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설비 이슈를 AI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며, 원인 분석과 최적 해결방안까지 제시한다.
일례로 도어 단차 결함 조치 시나리오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가상공장과 연동해 설비 이슈를 탐지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파라미터를 도출한 뒤 실제 공장에 자동으로 적용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유 책임은 “기존에는 여러 시스템에 각각 접근해야 했던 비효율을 AI 에이전트가 해결하고,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제조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수자원공사, 물 산업에 액션러블 AI 적용
김성훈 한국수자원공사 AI연구센터 센터장은 수자원 관리 분야의 AI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차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아직까지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하겠다”며 최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water는 홍수 예측, 누수 탐지, AI 정수장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도입하고 있다. 홍수 예측 시스템은 기상 예보 데이터와 물리 모델을 결합해 최대 7일까지 수위를 예측한다. 현재 댐 방류량 결정에 활용되고 있다. AI 정수장은 수질 변화에 따른 약품 투입량을 자동 조절해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AI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수”라며 “내부 감사업무에도 머신러닝을 적용해 88% 정확도로 감사 결과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또 “ML옵스 기반 데이터 스튜디오를 구축해 전 직원의 데이터 리터러시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 두산에너빌리티, AI로 도면검토 시간 60분→10분 단축
권용진 두산에너빌리티 수석은 발전 플랜트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도면검토 업무를 AI로 혁신한 사례를 발표했다. 기존에는 외부 협력사 도면 한 건이 변경될 때마다 80분, 이종 공정 간 정합성 비교에 60분이 소요됐지만, AI 도입으로 대폭 단축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드로잉 파서(Drawing Parser)’ 모델은 단순한 OCR을 넘어 도면 내 텍스트, 기호, 형상의 연관관계를 분석해 설계 의미 단위로 구조화한다. 일례로 ‘25파이 관통구멍’이라는 표기에서 직경 25mm 구멍이라는 하나의 설계 요소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변경사항 자동 탐지, 유사 도면 추천, 자재별 견적 자동화 등 세 가지 주요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변경사항 탐지 정확도는 80%, 이종 공정 간 정합성 비교는 88% 수준에 도달했으며, 90% 이상 달성을 목표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권 수석은 “평균 검토 시간을 60분에서 10분 이하로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1000명이 하루씩 해야 할 업무량이 절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래 기술이 아닌 현재 구현 가능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어텐션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마키나락스의 연례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LG AI연구원,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리얼월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오토에버, 엔비디아 등 마키나락스의 파트너사와 고객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