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초 만에 최적 화력계획 도출”… AI로 바꾸는 미래 전장

인력·전력·돈 모두 부족한 한국, 김종환 육사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AI 클러스터링·강화학습 활용해 탄도미사일 최적 타격계획까지 AI가 설계

2025-09-05     김동원 기자
김종환 육군사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학과장은 ‘어텐션(ATTENTION) 2025’에서 “한국군은 인력도 부족하고 전력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AI”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러시아가 그렇게 좋은 무기 체계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끝내지 못했을까요?”

김종환 육군사관학교 기계시스템공학과 학과장이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마키나락스 연례행사인 ‘어텐션(ATTENTION) 2025’에서 던진 질문이다. 그는 러시아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며 한국군이 직면한 현실적 한계를 인공지능(AI)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선 한국군의 어려운 현실을 진단했다. 병력은 2018년 약 18만 명에서 2022년 50만 명으로 늘었지만, 2030년에는 40만 명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무 기간 단축으로 병사들의 숙련도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력 격차도 심각하다. 미군을 5세대라고 할 때 한국 공군은 4.5세대, 해군은 4세대, 육군은 2.5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합동전력 극대화를 위해 육군 전력을 높여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 실제로 2018년부터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2.6% 이하를 유지하고 있어 다른 정부 지출이나 주변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한국군은 인력도 부족하고 전력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이 AI”라고 강조했다.

◇ 러시아 화력운용 실패에서 찾은 교훈

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범한 화력운용 과오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화력 운용의 비효율성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표적 획득 즉시 타격하는 단순한 과정을 반복했고, 표적 획득부터 타격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이 아날로그 수준이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GIS 아르타’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디지털화하고 작전 준비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또한 전투 피해 평가 부재로 인한 탄약 낭비도 심각했다. 화력무기체계로 공격한 후 피해 정도를 평가해 추가 공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이런 평가 없이 막대한 양의 탄약을 소모했다.

탄도미사일의 전략적 목적 달성 실패도 있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에 따르면 개전 초기 다양한 탄도미사일을 사용했지만, 낮은 명중률, 짧은 타격 기간, 우선순위 설정 미흡으로 전략적·전술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 0.5초 만에 최적 화력계획 도출하는 AI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AI로 해결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비지도 학습 중 클러스터링을 적용해 개발한 AI는 최적의 사격 발사 수와 사격 위치를 추정한다. 가상 환경에서 테스트한 결과, 지휘관이 ‘전방 적의 60% 무력화’를 지시했을 때 AI는 단 0.5초 만에 ‘3발 사격으로 62% 피해 예상’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는 작전 반응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화학습을 활용한 전투 피해 효과 예측에서도 AI의 성능이 입증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체계들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 화력무기체계의 효과는 2% 수준인 반면, 미국의 M31은 10%에 달해 5배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는 “러시아가 지휘관이 요구하는 성능을 달성하려면 5배 이상의 탄약을 소모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것이 러시아가 조기에 탄약을 고갈하게 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탄도미사일 최적 활용계획 AI 연구도 진행됐다. 김 교수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해 실증했다. AI는 UAE의 국가중요시설 43개소와 이란의 11개 발사지역, 16종 무기체계를 종합 분석해 구글 어스를 통해 시각화된 최적의 공격계획을 제시했다. 사드 기지는 공격용 드론으로, 에너지 저장시설은 탄도미사일로, 공군기지는 순항미사일로 타격하는 식의 정교한 계획이 순식간에 도출됐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AI는 양날의 검이다. 적을 도울 수도 있지만 아군이 될 수도 있다”며 “군사적으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어텐션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마키나락스의 연례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LG AI연구원,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리얼월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오토에버, 엔비디아 등 마키나락스의 파트너사와 고객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