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AI로 한 사람이 100명 생산성 낼 시대 준비”
범용 AI 한계 “제조업엔 60% 정확도로 불충분” ‘엑셀처럼 쉬운 AI’ 런웨이 플랫폼 공개 산업 현장 성과 증명, 도면 검토시간 4배 단축
“우리는 인공지능(AI)으로 한 사람이 100명의 생산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의 말이다. 그는 4일 서울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어텐션(ATTENTION) 2025’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히며 ‘AI 초생산성’ 시대 도래를 예고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규모가 3배, 10배, 심지어 100배까지 커질 것”이라며 “마키나락스의 미션은 이 같은 초생산성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 범용 AI의 한계 “제조업엔 60% 정확도로 불충분”
윤 대표가 이 같은 목표를 제시한 배경에는 범용 AI와 차별화되는 ‘도메인 특화 AI’ 전략이 있다. 도메인 특화 AI는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과 프로세스를 깊이 이해하고 학습한 AI를 의미한다. 챗GPT 같은 범용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적당히’ 작동하는 것과 달리, 도메인 특화 AI는 제조업, 건설업, 반도체 등 특정 영역에서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와 이해도를 보여준다.
윤 대표는 “마키나락스의 기술 핵심은 특정 도메인 버티컬에 특화된 AI 기술”이라며 “데이터 프로세싱, 의미화, 산업 프로세스 맞춤형 AI 설계, AI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해 도메인의 특정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AI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는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범용 AI의 산업 적용 한계 때문이다. 윤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그럴싸한 결과물로도 충분하지만, 제조업에서는 60~80% 정확도로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반도체 설비 제작 과정을 예로 들어 산업 현장의 복잡성을 보여줬다. “하나의 설비를 만들 때 7000장의 도면을 500명의 전문가가 5~6개월, 총 24만 시간을 투입해 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그럴싸한’ 수준의 AI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도면 해석 사례로 범용 AI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일반 OCR 기술로 ‘Φ25’라는 파이프 직경 기호를 ‘025’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를 예로 들며 “파이프 형태는 도메인 전문가들이 다 아는 수치지만 AI가 도메인 지식 기반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의미 기반 분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사람은 인지력을 바탕으로 의미 기반으로 해석해서 비교할 수 있다”며 “레전드나 치수의 위치가 달라도 의미를 파악해 비교할 수 있지만, 기존 방식은 똑같은 객체인데도 의미 기반 비교가 불가능하고 도면 크기가 바뀌기만 해도 비교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 ‘엑셀처럼 쉬운 AI’ 마키나락스 런웨이 플랫폼
윤 대표가 그리는 ‘한 사람이 100명의 일을 하는’ 미래를 현실화하는 핵심 도구는 기업용 AI 플랫폼 ‘런웨이(Runway)’다. 그는 “엑셀로 업무를 자동화하듯, 기업 구성원 누구나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수백, 수천 개씩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런웨이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런웨이는 복잡한 AI 개발 과정을 단순화한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누구나 쉽게 AI 에이전트를 개발, 활용할 수 있다. 윤 대표는 “단 하나의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다”며 “GPU 관리, 데이터베이스 구축, 다양한 LLM 모델 운영, 애플리케이션 개발, 권한 관리 체계 구성 등 수많은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기업들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간 플랫폼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런웨이는 GPU 활용부터 지원한다. 각 기업이 어렵게 구축한 고가의 GPU를 낭비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윤 대표는 “고가 GPU 장비를 구축해도 활용률이 20~30%에 그치는 문제를 모니터링, 가상화, 스케줄링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며 “GPU 분할과 병합이 가능한 가상화 기술과 다중 사용자 스케줄링을 통해 활용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브 코딩’ 기술을 통한 간편한 AI 에이전트 개발도 지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런웨이를 이용하면 단 10분 만에 기업 데이터와 AI 모델을 자동 연결해 실시간 모니터링 대시보드를 만들 수 있다. 데이터 안에 있는 테이블 연결 과정을 별도로 묻지도 않고 자동으로 수행해서 데이터를 연결하고 대시보드를 구성할 수 있다.
조직 내 AI 협업 효율성도 대폭 개선한다. 기존에는 각 팀이나 개인이 개발한 AI 모델과 결과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재활용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조직 맞춤형 협업 포털을 통해 구성원들이 개발한 AI 산출물을 쉽게 공유하고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보안과 규정 준수를 위한 엔터프라이즈 레벨 거버넌스 체계도 구축했다. 폐쇄망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들도 안전하고 편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그는 “파이썬 패키지 다운로드부터 다양한 컨테이너 이미지와 LLM 모델 운영까지 회사 내부망에서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개발자들은 폐쇄망 환경에서도 마치 외부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처럼 제약 없이 AI 개발과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산업 현장에 녹아든 도메인 특화 AI
마키나락스의 도메인 특화 AI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체적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중공업 분야에서는 기존 대비 4배 이상 도면 검토 시간을 단축했다. 윤 대표는 “내부적으로 두 명의 엔지니어가 도면을 펼쳐놓고 차이점을 분석해 본 결과 각각 3시간 이상 걸렸고, 재미있는 건 두 분의 검토 결과가 일치하지 않았으며 둘 다 놓친 차이점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AI는 1~2분 안에 모든 차이점을 정확히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견적 작성 시간을 최대 2.6배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기존에 사람의 전문 지식과 경험에 의존해 견적서를 만들던 것을 AI가 기존 견적서들과 유사도를 검토하고 제품 생산 가능 여부, 적정 견적을 훨씬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키나락스는 반도체, 조선, 중공업을 넘어 최근 국방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윤 대표는 “AI 적용 진입장벽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2014~15년 뉴럴 네트워크 개발을 위해 복잡한 코딩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로 AI를 만드는 시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닌 일반 직원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열린 어텐션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마키나락스의 자체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LG AI연구원,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리얼월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오토에버, 육군사관학교, 엔비디아 등 마키나락스의 파트너사와 고객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