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가AI전략위원회 실행력이 AI 3대 도약 성패 가른다”
새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핵심 경제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설정했다. AI를 비롯한 8대 첨단전략산업(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에너지신산업, 스마트시티, 드론, 미래자동차, 바이오헬스)과 AI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인프라 구축, 지역 균형발전 및 초기 벤처 투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정부 재정과 민간 투자가 융합된 민관 협력 자금을 결집해 성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AI 3대 강국(G3) 진입 국가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향후 5년간의 추상적인 계획이자 목표에 불과하다. 100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펀드도 결국 그 많은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매 순간 결정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원대한 계획과 거대한 자금만으로는 자칫 기대만 높이고 정작 경제성장의 실질적 효과는 없이 희망 고문에 머무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AI 경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국내 AI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내재화해 진정한 ‘소버린 AI’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숙제는 이제 거버넌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 간 중복과 낭비가 아닌 협력과 경쟁을 통해 AI 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AI 기술 발전과 글로벌 경쟁 환경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세밀한 정책 실행 방안을 결정·조율하는 것,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타임라인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의 우선순위와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나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결정하는 것 역시 거버넌스의 중요한 역할이다.
최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입법예고를 마치고 제정을 위한 후속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기존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로 개편하면서, 부위원장 3명 중 1인은 상근으로 전환하고 부처 간 주요 정책 등에 관한 사항을 조정·심의·의결하도록 권한을 강화해 실행력을 높이고자 했다. 상근 부위원장을 비롯해 2명의 비상임 부위원장은 기술과 예산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는 것으로 알려져 추진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행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공지능책임관협의회도 구성되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지원단도 강화된다. AI기본법과 조화를 이루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규정이 시행되면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제도적 밑그림은 모두 완성된다.
국가 AI 전략을 밀도 있게 추진하려는 이번 거버넌스 개편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및 ‘경제성장전략’과 맞물려, AI 대전환을 통해 AI 3강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정책적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거버넌스가 원래의 의도대로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AI 거버넌스에 힘을 실어주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개편돼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AI전략위원회의 구성 또한 정부 정책 책임자뿐 아니라 민간의 최고 전문가가 직접 참여해 섬세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밀한 정책 조정, 시시각각 변화하는 AI 기술과 글로벌 생태계의 경쟁 환경을 고려한 전략적·유연한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거버넌스 기반의 정부·민간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소버린 AI’ 등 국가 전략의 디테일을 챙겨 민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나아가 민간이 요구하는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혁신을 위한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제공하고, 국민이 걱정하는 신뢰성 확보를 위한 세이프가드를 마련함으로 AI 거버넌스의 바람직한 역할과 기능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AI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단순히 기술만 앞서는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이제 그 시험대에 올라섰다. 위원회가 단순한 심의·조정 기구를 넘어, 실질적 실행력을 갖춘 국가 전략의 ‘컨트롤 타워’로 자리매김한다면 한국은 AI 3강 국가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위원회가 보여주기에 그치고 실질적 조정과 실행에 실패한다면, 거대한 계획과 자금은 공허한 구호로만 남게 될 것이다.
국가AI전략위원회가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로 기능해 한국이 AI 초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단지 정부의 성과를 넘어 국민 모두의 미래와 직결되는 과제이다.
최경진 교수는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이자 가천대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AI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분야 전문가로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위원,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 유엔(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정부대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공지능·데이터·프라이버시 전문가그룹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AI과 데이터 법제 관련 자문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저서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