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대학원] 심규현 렛서 대표 “박사과정 중 기업 AI 도입 장벽 발견”(AI 릴레이 인터뷰)

연구실에서 발견한 문제 해결하기 위해 창업 결심 “한국 AI 위기 상황…국가 경쟁력 높이기 위해 더 큰 책임감”

2025-08-22     구아현 기자
심규현 렛서 대표 겸 KAIST 김재철AI대학원 박사과정.

인공지능·AI융합혁신대학원에서의 성과가 창업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AI 산업이 발전하려면 AI 스타트업 등 생태계가 발전해야 하는데 이러한 성과가 대학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인 렛서 역시 마찬가지다. 심규현 렛서 대표는 KAIST 김재철AI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친 후 창업했다. 대학원 시절 기업들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를 확인 후 이를 해결하고자 선택한 결정이었다.

◇ 대학원에서 풀던 숙제, 사회에서 풀다

그는 “제가 속한 주재걸 교수 연구실은 50명 규모의 대형 연구실”이라며 “AI 전문가들이 사회에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연구실로 문의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공통된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AI 개발과 관리를 표준화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대학원에서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생성 기법을 연구했다. “의료 환경에서 3D 데이터 라벨링은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며 “AI를 활용해 비용을 줄이거나 사람과 협력해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 중반 챗GPT가 나오기도 전에 AI 시스템이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창업을 결심했다. “문제 동기가 명확했다”며 “AI 시대가 올 거라는 사실은 불가피했는데 모든 기업이 AI를 개발하고 써야 하는 상황에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 진입장벽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C-Lab Outside’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큰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삼성전자 사무실 제공과 계열사 협업 기회 1억 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후 KAIST E5 창업대회에서 ‘AI 템플릿’ 아이템으로 우승하며 투자 유치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AI 개발이 전문가들만 할 수 있는 영역이었는데, 많이 활용하는 AI 종류들을 템플릿화해서 전문가가 없는 기업도 쉽게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사내 ‘AI 팀’ 역할 대행… “AX 전환 도와”

현재 렛서는 AI 전략 수립부터 교육, 개발, 운영까지 기업의 AI로의 전환(AX)을 돕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핵심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AI 운영관리 통합 플랫폼 ‘스테이엑스(Staix)’, 맞춤형 AI 교육 서비스 ‘에이블캠퍼스(Able Campus)’, AI 활용 역량 진단 서비스 ‘AX-ray’이다.

스테이엑스는 렛서가 개발한 AI가 모두 들어간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하나로 기업은 쉽게 AI를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는 “기업이 자체 전문 개발팀 없이도 AI 모델을 손쉽게 배포, 관리,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한다”며 “개발된 AI 모델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형태로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고, 버전 관리, 성능 모니터링, 비용 최적화 등을 통합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에이블캠퍼스’는 임직원 AX(AI Experience) 역량 강화를 위한 사내 교육 서비스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에이블캠퍼스를 통해 AI 교육을 듣고 있다”며 “300건 정도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상황에서 AI를 도입하고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전부 알고 있어 맞춤형 교육 설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X-ray’는 개인과 조직의 AI 역량을 진단하는 서비스다. 그는 “AI를 잘 쓰는 조직은 평균 65점 정도 나오는데, AI를 쓰지 않는 조직은 30~35점 수준”이라며 “하루에 한두 번 챗GPT로 메일을 쓰는 정도가 35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창업 당시보다 더 큰 책임감… “국가 경쟁력 높이겠다”

심 대표는 창업 당시보다 현재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AI를 모두가 쓰는 미래가 올 것이라는 확신 하에 이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위기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이 심각하게 느리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 경험한 조직 간 역량 차이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렛서 팀은 모든 인원이 AI를 사용하는데, 대기업 조직과 저희 조직의 AX 역량 설문 결과를 비교해 보면 평균이 40점 넘게 차이가 난다”며 “AI를 잘 쓰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 격차가 크고 이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 기업 문화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미국은 AI 협업 툴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바로 도입해서 활용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축형인 시스템 통합(SI)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나라라 변화에 대한 경직된 구조가 영향이 크다”며 “AI 서비스 수용이 느리고 복잡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심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정말로 AI 위기 상황”이라며 “이 문제 해결이 한 달만 늦어져도 전 세계적으로 가져올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X는 단순히 AI 도입 문제가 아니라 철학에 가깝다”며 “AI로 인한 결과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조직 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며, 내부적으로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렛서는 창업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3년 대비 24년 매출이 200% 이상 성장했고, 24년 대비 25년 매출은 250% 성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누적 고객사는 300개, 스테이엑스플랫폼에는 150개 기업이 AI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심 대표는 렛서를 아시아에서 가장 큰 AI 컨설팅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로부터 문의를 받고 있고, 일본 대기업과도 실질적으로 거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말까지 OCR, 챗봇 등 10개의 특화 AI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컨설팅 형태로 서비스했다면, 이제는 제품 단위로 브랜딩해서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AI대학원 후배들에게는 “AI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좋다”며 “창업은 고통스러운 과정이므로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KAIST는 기술 창업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라며 “더 많은 창업가가 나와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같이 짊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