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은 예일대와 협력, 한국은 기업 투자 무력화”… 상반된 韓·美 AI 교육
앤트로픽은 예일대 전 총장과 자문위, 한국 기업들은 헌법소원 검토 AWS “200만명 데이터로 4배 성과” vs 한국 “70% 교사 긍정해도 정치적 격하” “휴식 줄여 개발했는데”… 개발자들 “만들어선 안 될 것 만든 기분” 토로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이 예일대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고등교육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체계적인 인공지능(AI) 교육 생태계 구축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AI 교과서 개발 기업들이 헌법소원까지 검토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과 이미 AI 최강국 지위를 확고히 한 미국의 교육 정책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앤트로픽은 예일대와 손잡고, 한국 기업들은 법정으로
앤트로픽은 21일(현지시각) 릭 레빈(Rick Levin) 예일대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고등교육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발표했다. 레빈 전 총장은 약 20년간 예일대를 이끌며 글로벌 교육 확산에 기여했고, 이후 10년간 세계 최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에서 최고경영자(CEO)와 수석 고문을 역임한 교육 전문가다.
자문위원회에는 라이스대, 미시간대, 텍사스대, 스탠포드대 등 미국 주요 대학의 교육 혁신 책임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AI가 학습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클로드(Claude) 개발을 지원한다.
동시에 앤트로픽은 교육자와 학생을 위한 3개의 실용적 AI 교육 과정을 개발해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든 과정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로 제공돼 전 세계 교육기관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기업들은 지난 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천재교과서, 비상교육, 동아출판, 아이스크림미디어 등 주요 발행사들은 국회가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한 것에 대해 “수천억 원이 투입된 공교육 혁신 플랫폼을 정치적 논의만으로 격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이들이 토로한 ‘배신감’은 깊다. 발행사들은 정부 국책과제로 제안받아 수년간 자비로 개발을 진행했고, 1종당 4000만 원의 검정료를 납부하며 내년도 심사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법안 통과 후 일방적으로 심사 중단을 통보했다.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는 “교육부와 같은 배를 타고 AI 교과서를 만들어 왔는데 교육부가 먼저 배에서 뛰어내린 격”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 ‘200만 명 데이터 vs 정치적 판단’ 정반대 접근법
두 국가의 AI 교육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은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반면, 한국은 정치적 판단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 2025’에서의 사례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당시 본지 취재 결과 피어슨(Pearson)은 200만 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I 활용 학생들이 전반적 학습 성과에서 4배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교사들의 업무 효율성도 크게 개선돼 수업 준비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관련 실증을 통해 교육에 AI 기술을 적용한 성과를 소개한 것이다.
킴 마제루스(Kim Majerus) AWS 글로벌 교육 담당 부사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AWS는 고객이 원하는 결과부터 생각해서 거꾸로 해법을 찾는다”며 “한국 교육의 미래도 학생과 교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더 이상 교사는 교실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무대 위의 현자’가 아니다”라며 “이제 교사는 학생 옆에 서서 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멘토이자 코치”라고 AI 교육의 핵심 변화를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실제 AI 교과서를 사용한 교사의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결정이 우선됐다. 전국 32%의 학교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검증 없이 법적 지위가 격하된 것이다.
한 에듀테크 기업 개발자는 “정부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다고 해서 사업에 참여했고 팀원들과 함께 휴식과 잠을 줄여가며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며 “해외 어떤 교육 도구보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실제 경험한 교사들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의 번복으로 잘 만든 도구를 사용하기 어려워졌고 언론에서는 비판적인 얘기가 지속 나오고 있다”면서 “마치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양산하는, 만들어선 안 되는 것을 만든 것 같아 두렵고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