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는 AI 유니콘 봇물 “한국형 ‘미스트랄 AI’는 언제?”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규모 AI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최근 5개의 AI 국가대표팀을 선발해 국가 AI 주권 확보를 목표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소버린 AI)’ 구축 사업에 나섰다. AI를 학습시킬 GPU 확보 사업과 임차 사업도 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카카오로 사업자 선정이 확정됐다.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은 두 차례 유찰 후 재추진 중이다. 정부는 민간 참여 저해 요인으로 꼽히던 지분 구조, 매수청구권(바이백) 조항, 국산 AI 반도체(NPU) 의무 도입 비율 등을 대폭 완화해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사업 추진에도 불구하고 정작 AI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지원책은 현저히 미흡한 상황이다. AI 유니콘 기업이 탄생한 중국 ‘딥시크’나 프랑스 ‘미스트랄 AI’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과 민간 투자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의 딥시크의 등장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딥시크가 성능이 좋고 가성비 있는 모델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중국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에 있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AI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AI 연구개발과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해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AI 혁신 클러스터 조성, 인재 양성,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투자와 세제 혜택 제공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을 펼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AI 산업에는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AI 유니콘 스타트업이 498개에 달한다. 이들의 총 가치는 2조 7000억 달러에 이른다. 2023년 이후 100여 개의 AI 유니콘이 새롭게 탄생했다. AI 스타트업 전체 가치 상승과 함께 억만장자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인 ‘싱킹 머신 랩’은 오픈AI 출신 미라 무라티가 지난 2월 설립했다. 현재 기업가치가 12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딥시크, 미스트랄 AI 등과 같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AI 유니콘 스타트업이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 국내에는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인정받은 AI 유니콘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정부는 2027년까지 5개의 AI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으나 100조 원 규모로 추진 중인 AI 정책 내에서 AI 스타트업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경쟁력 있는 AI 스타트업이 큰 모델을 만질 수 있는 환경도 부족하다. 딥시크와 미스트랄 AI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충분한 자금, 인재 확보, 그리고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결합된 환경에서 대형 AI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처럼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성장하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전방위적 생태계 조성 없이는 AI 3대 강국 도약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AI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만 매달리고 있는 사이 전 세계에서는 AI 유니콘 기업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