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의 Eye-T] AI, MRI 촬영 시간 16분의 1로 단축 (AI 논문 읽기)

퍼즐 조각 하나씩 모으는 MRI, 30분 넘는 촬영 시간 한계 뉴욕대 연구팀, ‘참고 영상 신뢰도’ 실시간 계산하는 TGVN 개발 MRI 촬영 시간, 10~20분으로 단축… 병원·환자 모두 도움

2025-08-11     김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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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챗GPT 달리

MRI는 뇌종양, 디스크 탈출증, 관절 손상 등을 진단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검사입니다. CT나 X-ray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연조직의 미세한 차이까지 명확하게 보여줘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런 정밀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30분에서 1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폐소공포증 환자나 어린이들에게는 검사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응급 환자에게는 빠른 진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뉴욕대학교(NYU) 의과대학의 Arda Atalık, Sumit Chopra, Daniel K. Sodickson 연구팀이 2025년 1월 아카이브(arXiv)에 사전 공개하고 7월 IEEE Transactions on Medical Imaging에 정식 게재한 논문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AI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Trust-Guided Variational Network(TGVN)’라는 이름의 이 기술은 MRI 촬영 시간을 크게 줄이면서도 진단에 필요한 영상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기존 MRI 가속화 기술의 한계와 새로운 접근법

MRI는 인체 내부를 촬영할 때 먼저 '주파수 정보'라는 형태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를 k-space라고 부르는데, 마치 퍼즐 조각들을 모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보는 최종 MRI 영상은 이 퍼즐 조각들을 컴퓨터가 조립해서 만든 결과물입니다.

문제는 선명하고 자세한 영상을 만들려면 아주 많은 퍼즐 조각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리학 법칙상 퍼즐 조각을 하나씩 차례대로 수집해야 하므로, 고품질 영상을 원할수록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 뇌의 작은 병변까지 정확히 보려면 수만 개의 데이터 조각을 모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논문에서는 이 문제를 ‘부적절한 조건의 선형 역문제(ill-posed or ill-conditioned linear inverse problem, LIP)’로 정의합니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품질 영상을 복원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여러 해답이 존재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불완전한 정보로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마치 중간중간 빠진 조각이 있는 퍼즐을 완성하는 것과 같은데, 빈 부분을 채우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어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애매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세 가지 방법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압축 센싱’으로, 의료영상의 대부분 영역이 비슷한 색깔을 가진다는 특성을 이용해 빈 부분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병렬 영상기법’으로 여러 개의 안테나를 동시에 사용해서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얻는 방식입니다. 세 번째는 2016년 이후 나타난 AI 기술로, 컴퓨터가 수많은 MRI 영상을 학습해서 빈 부분을 똑똑하게 채워넣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기존 AI 방법들은 한 번에 하나의 영상만 다뤘습니다. 실제 병원에서는 환자 한 명당 여러 종류의 MRI를 찍는데, 이런 추가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TGVN의 새로운 점은 이미 촬영한 다른 영상들을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T1, T2, FLAIR 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찍은 영상들이 모두 같은 환자의 같은 부위를 보여주므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아이디어입니다.

◇ TGVN 기술 개발 노하우와 검증법

연구팀은 TGVN을 ‘End-to-End’ 딥러닝 프레임워크로 설계했습니다. 이는 원시 k-space 데이터부터 최종 영상까지 전체 과정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처리한다는 의미입니다. 네트워크 구조는 변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되, 사이드 정보를 통합하는 별도의 모듈을 포함합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Trust-Guided(신뢰도 안내)’ 메커니즘입니다. 네트워크는 사이드 정보의 각 픽셀이나 영역에 대해 0에서 1 사이의 신뢰도 점수를 계산합니다. 이 점수는 해당 부분이 메인 영상 복원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나타냅니다. 일례로 사이드 영상에서 노이즈가 많거나 아티팩트가 있는 부분은 낮은 신뢰도를 받고, 선명하고 정확한 부분은 높은 신뢰도를 받습니다.

논문에서는 multi-coil, multi-contrast MRI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한 대조도는 불완전하거나 낮은 신호대잡음비로 측정하고, 다른 대조도의 정보를 사이드 정보로 활용해 고품질 영상을 복원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코일 민감도 정보까지 함께 고려해 실제 임상 환경과 동일한 조건을 구현했습니다.

연구팀은 TGVN의 성능을 다층적으로 검증했습니다. 실험은 크게 세 가지 데이터셋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뇌 MRI로, 1.5T와 3T 자기장에서 촬영된 T1, T2, FLAIR 영상을 사용했습니다. 두 번째는 무릎 MRI로, 다양한 촬영 파라미터와 해부학적 구조에서의 일반화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세 번째는 공개 데이터셋인 fastMRI를 활용한 대규모 검증입니다.

가속화 정도는 4배에서 16배까지 테스트했습니다. 논문에서 제시한 주요 정량적 지표는 SSIM(Structural Similarity Index), PSNR(Peak Signal-to-Noise Ratio), NMSE(Normalized Mean Squared Error) 등입니다. TGVN은 모든 가속화 수준에서 기존 방법들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특히 16배 가속화에서도 진단에 필요한 미세한 구조를 보존했다고 합니다.

◇ MRI 검사 시간 크게 낮추는 기술, 임상 적용 가능성은?

그런데 기존에도 참고 영상을 활용하는 방법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연구들에서는 단순히 여러 영상을 섞어서 사용하거나, 미리 정해진 비율로 정보를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참고 영상에 문제가 있을 때 오히려 결과를 망칠 수 있었습니다.

TGVN이 다른 점은 바로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마치 요리할 때 재료의 상태를 보고 양을 조절하는 것처럼, 참고 영상의 각 부분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실시간으로 계산해서 활용 정도를 결정합니다. 참고 영상이 흐릿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좋은 부분만 골라서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개선점은 AI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기존 AI 방법들은 때때로 실제로는 없는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환각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의료영상에서는 이런 가짜 정보가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TGVN은 물리학 법칙을 지키도록 설계돼 이런 문제를 최소화했고, 실제 방사선과 의사들이 평가했을 때도 병변을 정확히 찾아내는 능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기술이 실제 병원에 도입되면 여러 변화가 예상됩니다. 환자들은 30분에서 1시간 걸리던 검사를 10~20분에 끝낼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좁은 공간을 무서워하는 환자나 가만히 있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검사 시간이 짧아지면 움직임으로 인한 영상 손상도 줄어들어 재촬영할 필요도 적어집니다.

병원 운영 면에서도 효율성이 크게 개선됩니다. 같은 MRI 장비로 하루에 2~3배 더 많은 환자를 검사할 수 있어 대기 시간이 줄어들고 병원 수익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싼 최신 MRI 장비의 활용도가 높아져 투자 효과도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상황에서 보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루닛이나 뷰노 같은 국내 기업들이 이미 MRI 영상을 분석해서 질병을 찾아내는 AI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TGVN 같은 빠른 촬영 기술까지 결합하면, ‘빠른 촬영 + 정확한 진단’이라는 완전한 AI 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다른 연구자들이 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모든 프로그램 코드를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했습니다. 

※ 이 기사는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Arda Atalık, Sumit Chopra, Daniel K. Sodickson 연구팀이 IEEE Transactions on Medical Imaging에 발표한 ‘A Trust-Guided Approach to MR Image Reconstruction with Side Information’(2025년 7월 게재) 논문을 기자가 분석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