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상청을 대체할 수 있을까
기상 관측은 인간 능가… 예측은 아직 AI, 기상청 대체보다는 ‘보완’해야
최근 인공지능(AI)이 재난 예측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기상청 일부 일을 대체할 수 있을까.
8일 IT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상 예보 분야에서 AI 모델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상학자들과 AI의 협업도 증가하고 있다. 구글은 AI 기상 예측 모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를 선보였고 유럽 ‘데스티네이션 어스(Destination Earth)’는 극한 기상 및 기후변화 적응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도 했다. 국내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한반도의 집중호우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AI가 의료 진단에서 인간 의사를 능가하고, 법률 문서 검토에서 변호사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바둑에서는 인간 최고수를 압도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이 기상이나 기후 분야에서도 AI가 인간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였다.
◇ AI, 기상 관측 분야에선 우수
AI가 기상 분야에서 완전히 무력한 것은 아니다. 정지궤도 위성자료를 활용한 태풍 강도 분석처럼,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데는 이미 인간 전문가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인다. 위성 영상이라는 명확한 데이터와 태풍 특성 간의 연관성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어, AI 모델링의 정확도가 매우 높다.
다만 태풍의 미래 경로나 강도를 예측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정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AI가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지구 환경, 기후, 재난 재해 분야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기후, 환경, 재해 문제들에 대한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불확실성(데이터, 프로세스, 메커니즘 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AI를 활용할 경우 기존의 방법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보이기는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는 “정지궤도 위성자료를 AI 입력 자료로 활용하여 태풍의 강도나 크기 등을 분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데이터(위성자료)가 명확하고 태풍 특성과의 연계성이 어느정도 파악되어 있는 상황이라 충분히 잘 모델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허나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가게 되면 과거의 위성자료 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상 정보가 같이 필요하다”며 “미래의 기상 정보 자체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상 예보 자체를 거대 AI 모델을 이용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며 “허나 이 경우 역시 불확실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누적되기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 산재한 해결 과제, 극복하려면
AI를 기상 예측에 활용하려면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AI 모델의 일반화 성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풍부하고 정확한 레퍼런스 데이터가 필수다. 과거 수십 년간의 기상 데이터, 재해 발생 기록, 피해 규모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한반도처럼 지역적 특성이 뚜렷한 곳에서는 로컬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지형, 도시화 정도, 해안선 형태 등 지역 고유의 변수들이 양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하고 업데이트해야 AI 모델이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예측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단순히 데이터양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기상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핵심 변수를 파악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집중호우 예측에는 대기 중 수증기량, 상층 기압 패턴, 지형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명확히 이해해야 어떤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수집하고 개선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아울러 기상 예측 분야는 일반적인 AI 응용 분야와 다른 특수성을 갖는다. 극단적 사례(Extreme Events)가 중요하고, 예측 실패 시 해결 비용이 매우 크며, 불확실성을 정량화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범용 AI 알고리즘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분야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 기상청 대체보단 ‘보완’할 것
당장 AI는 기상청을 대체하기 보다는 ‘보완’해 주는 도구로서 더 강력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패턴을 분석하는 데 뛰어나지만, 극한 상황에서의 판단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해석은 여전히 인간 전문가가 필요하다
더구나 AI를 활용한 기상 예측 분야의 전망은 맑을 전망이다. 임정호 교수는 AI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현재 지구환경, 기후 등 분야에서 AI 모델링의 두 가지 문제점인 데이터(보다 관련성 높은 변수와 품질, 해상도 등)와 효율성(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비대해지는 데이터 양과 헤비해지는 모델을 효율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는 기술)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임정호 교수 연구팀은 연구자로서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는데 더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우리는 연구자 입장에서 데이터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보다 퀄리티 높은 자료를 생산해 AI 모델의 변수로 활용한다던지, AI를 이용해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는 등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AI를 재난재해 분야에서 더 잘 활용하려면 레퍼런스 자료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AI모델의 일반화를 가능하게 해야 하고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그 프로세스에 있어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