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개발 나선 AI, 배터리 업계서도 활약

크리스털 생성 AI와 대규모 언어모델 결합… 신물질 5종 설계 마그네슘·알루미늄 등 다가 이온 활용… 리튬 대체 가능성 주목

2025-08-04     유덕규 기자
/일러스트=챗GPT 달리.

인공지능(AI)이 차세대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도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구진이 AI를 활용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5가지 신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뉴저지공과대학(NJIT)의 디바카르 다타 교수 연구팀은 현지 시각으로 2일, 이중 AI 시스템을 활용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유망한 5가지 새로운 다공성 전이금속 산화물 구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Cell Reports Physical 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중 AI 시스템’은 크리스털 확산 변분 오토인코더(CDVAE)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결합한 것이다. CDVAE는 방대한 결정 구조 데이터를 학습해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고, LLM은 이 중 열역학적으로 안정적인 후보 물질을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배터리 신소재 분야에서 큰 도약으로 평가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LIB)는 단일 양전하(+1)를 지닌 리튬 이온만을 운반한다. 반면 이번에 제안된 ‘다가 이온 배터리’는 마그네슘(+2), 칼슘(+2), 알루미늄(+3)처럼 2개 이상의 양전하를 가진 이온을 활용한다.

이는 동일한 부피에서 더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대폭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다가 이온 배터리는 열폭주나 화재 등 안전성 문제에서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은 한정된 자원일 뿐 아니라,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와 특정 국가에 편중된 매장량으로 인해 공급망 불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에 발견된 5가지 신물질은 모두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로 구성돼 있어 원료 수급이 용이하며, 제조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다가 이온은 크기가 크고 전하가 강해 배터리 내부에서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기술적 난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새로 발견한 다공성 구조가 이온 이동 경로를 제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타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의는 단순한 신물질 발견을 넘어, 수많은 시행착오 없이도 첨단 소재를 신속하고 확장 가능하게 탐색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AI 기반 신소재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AI 기반 신소재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리튬 의존도를 낮추고, 원자재 수급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며 “삼성, LG, SK 등도 AI를 활용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술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