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극복의 새로운 희망, AI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우울증 30% 감소 입증 글로벌 AI 치매 케어 기술 잇따라 상용화 치매 진단 AI부터 로봇 치료까지 기술 다양
네이버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이 치매 환자의 기억력 개선과 우울증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서울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와 한양대 서울병원 연구팀이 지역사회 거주 치매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31주간 실험한 결과, 주 2회씩 총 63회의 전화 통화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우울증 척도가 중간값 기준 8.5점에서 6.0점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기억력 점수도 3.0점에서 4.0점으로 상승했다. 평균 1분 30초의 간단한 AI 통화로 복잡한 인지훈련이나 병원 방문 없이도 치매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첫 연구 결과다. 실험 시작 시 주요 우울 증상을 보인 34명 중 15명(44.1%)이 경미한 우울 또는 비우울 상태로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클로바 케어콜은 독거 노인과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AI 콜 서비스다.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주 1~2회 AI가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의 주제로 안부를 확인한다. 통화가 되지 않거나 이상자로 분류되면 담당 공무원이 다시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뤄진다.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를 202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와 서울, 인천, 대구 등의 지역에 시범 도입한 이후 지난해 5월 AI 컨택센터 솔루션으로 정식 출시했다.
그렇다면 치매 예방과 치료에 AI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관련 내용을 조사한 결과, 해외에서도 다양한 AI 치매 케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AI 진단에서 음성·음악 치료까지 다양한 접근
해외에서는 클로바 케어콜과 유사한 음성 기반 접근법부터 첨단 진단 기술까지 다양한 AI 치매 케어 연구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진단 분야에서는 96%의 정확도로 10개 유형의 치매를 즉시 진단하는 AI 모델이 개발됐다. 9개의 서로 다른 글로벌 빅데이터를 통해 5만 명 이상의 환자 정보를 반복 학습한 결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가 개발한 AI 도구는 초기 치매 징후를 보이는 사람 5명 중 4명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 현재 표준 치료법보다 3배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알츠하이머병 검사를 받은 환자 중 최대 3분의 1이 오진인 상황에서 AI는 그 정확도를 높이는 도구가 되고 있다.
음성 분석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USC(남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음성 패턴을 분석해 언어적 양식으로 76%, 오디오 양식으로 74%의 정확도로 알츠하이머 발병을 예측하는 머신러닝 도구를 개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분석적 사고를 덜 나타내는 언어를 사용하고 과거 시제를 더 많이 사용하는 패턴을 AI가 학습한 결과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은 2년 내 치매 발병 여부를 92%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미의학협회 저널에 발표하기도 했다.
음악을 활용한 AI 치료도 주목받고 있다. 호주 멜버른대학교가 개발한 MATCH(뮤직 어튠드 테크놀로지) 앱은 센서를 통해 치매 환자의 초기 동요 징후를 감지하고 개인 맞춤형 음악으로 대응한다. 이 프로젝트는 구글의 ‘AI 포 글로벌 골스(AI for Global Goals)’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았다. 영국 헬스테크 스타트업 메디뮤직(MediMusic)의 메디비트(MediBeat)는 개인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음악 점적’ 기기로, 임상시험에서 치매 환자의 심박수를 22% 감소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그룹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AI 로봇으로 고령자 65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1분간 단어 말하기 테스트에서 참가자들의 단어 수가 실험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는 인지기능 향상을 확인했다.
◇ 로봇 동반자가 열어가는 치매 케어의 미래
소셜 로봇을 활용한 치매 케어는 이미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다. 물개 로봇 파로(PARO)는 덴마크 요양원의 80%에서 사용되며 치매 환자의 불안과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파로는 우울증이나 고립감에 시달리는 노인의 말동무가 되며, 촉각에 반응하고 노인과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걸기도 한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13개 연구에 따르면 파로 같은 반려동물형 로봇이 노출 시간에 따라 우울증 수준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인튜이션 로보틱스(Intuition Robotics)의 엘리큐(ElliQ)는 고령자 외로움 해소에 특화된 로봇이다. 음성, 소리, 빛, 터치스크린 버튼을 통해 대화, 음악, 화상통화, 웰빙 평가, 스트레스 감소, 인지 게임, 건강 알림 등을 제공한다. 뉴욕주 고령자청에서 실시한 배치 결과 95%의 사용자가 외로움 감소를 보고했으며, 사용자들은 하루에 20회 이상 엘리큐와 상호작용하고 있다. 180일 후에도 평균 33회의 일일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등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의 비브(Viv)는 치매 환자의 실제 경험을 학습한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한다. 치매를 경험한 4명과 함께 개발된 비브는 치매 관련 증상을 경험하고 변화하는 상태에 대해 성찰하며, 24시간 언제든 대화가 가능한 AI 동반자 역할을 한다. 일본에서는 소니의 아이보(AIBO)가 최대 75개의 음성 명령을 인식하고 터치, 시각, 청각, 균형 등 네 가지 감각으로 치매 환자와 소통해 환자들의 활동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