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KAIST 교수 “韓 휴머노이드 플랫폼 10배 늘려야”
AI 다음 단계는 피지컬 AI… 물리법칙 이해하고 현실서 작동 휴머노이드가 피지컬 AI 폼펙터 역할, 2040년경 구현 전망
“휴머노이드 플랫폼이 너무 부족합니다. 중국은 50여 개의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고 미국은 14~5개 정도 됩니다. 한국은 1~2개입니다. 이를 10~20개 수준까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부 교수 및 한국로봇학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개발이 중국과 미국에 비해 현저히 뒤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50여 가지, 미국이 14~5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2개에 그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회 국가미래전략기술 포럼: 인공지능 대전환(AX)의 미래’가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는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과 유용원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 등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이영 초빙석학교수 및 전 중기벤처부장관, 유회준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 김정 기계항공공학부장 및 한국로봇학회장이 참석했다.
김 교수는 피지컬 AI가 어려운 이유로 기호 체계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동작과 힘에 대한 기호 체계가 없다”며 “지금까지 했던 AI는 전부 기호 체계가 있어 언어나 음악, 색상 등을 코드화할 수 있었지만 동작과 힘은 그런 기호 체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의 관계에 대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피지컬 AI의 인카네이션(구현체)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면서 “피지컬 AI는 물리법칙을 이해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AI이고,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생긴 폼펙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기술 수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기술은 중국과 미국 기술의 80~85% 정도로 부품 기술과 보행 균형은 거의 대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손을 잘 못 만들고 있어 조작 기술과 상품화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휴머노이드를 일찍 시작한 나라 중 하나이며, 산업용 로봇 밀도 세계 1위라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등 대기업들의 관심도 높다”며 “상품화 플랫폼을 위한 자본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년 전 오준호 교수님이 혼자 다 하셨던 것처럼 과제당 핵심 개발자 한두 명이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교수는 휴머노이드 발전 단계에 대해서는 현재를 1세대로 규정했다. 그는 “현재는 대부분 프로그래밍이나 사람의 교시를 통해 작동하며 주로 안내 로봇이나 공장에서 사용된다”며 “2세대는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단계이며, 3세대는 2040년경 개별 휴머노이드 안에 지능이 있어 즉각적 판단이 가능한 단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개발 전략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중국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보급형보다는 고급형을 해야 한다”며 “페라리나 롤스로이스 같은 고급 제품으로 시작해 국가 기술력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10여 명의 핵심 개발자가 양성된다면 투자 효과가 클 것”이라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어, AI 등을 넓게 알고 최신 기술 동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실무 적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