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 ‘사람없는 전쟁터’… 드론·무인기로 그린 미래전

가성비 앞세운 드론·무인기… 활용도 무궁무진 러-우 전쟁 등 전장에서 드론 활용 사례 늘어 실제 전장으로 ‘빅데이터’ 쌓인다… 패러다임 변화

2025-07-14     유덕규 기자

[편집자주] 전쟁 양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격된 드론 떼 공격, AI 기반 표적 식별 등은 현대전에서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줍니다. 수초 내 수천 개 표적 식별, 24시간 무인 경계 등 AI 시스템이 국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국내 방산업체들도 AI를 핵심 무기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매체 THE AI는 급변하는 국방 환경에서 AI 기술이 우리 방산업계와 국가 방위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합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3년이 넘는 전쟁을 지속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그야말로 드론의 무대였다. 이 전쟁을 보면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드론과 무인기가 미래 전쟁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드론과 무인기가 일사불란하게 진영을 향해 날아가 표적을 스스로 식별해 공격을 수행하는 모습은 더 이상 SF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취재 중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전쟁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존 사람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와 드론이 주도하는 ‘무인화 전쟁’ 시대가 본격 개막되고 있다는 것이다.

◇ 성장하는 드론 시장… 강점은 ‘비용’

드론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글로벌 군용 드론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군용 드론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23년 146억달러 규모로 파악됐다. 이 시장은 오는 2032년까지 연평균 13.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조사기관인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 스트레이츠리서치(Straits Research) 등도 군용 드론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11~13%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관들이 군용 드론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이유는 명확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전이라고 불릴 만큼 드론의 군사적 효용성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군사 강국들의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등은 앞다퉈 차세대 무인 전력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글로벌 군사비 지출이 2조4430억달러(3367조9198억원)로 전년 대비 6.8% 증가하며 2009년 이후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드론이나 유무인복합전투체계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지난 2022년 ‘미래국방 2030 기술전략 : 국방 AI 기술로드맵’을 발표하며 무인 전력 강화에 본격 나섰다. 이 로드맵은 AI 기술이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감시정찰, 지휘통제, 유무인 복합, 사이버 분야의 무기체계 30종을 선별하여 총 272개의 핵심기술을 도출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이 군용 드론 시장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군용 드론 시장이 ‘가성비’ 있는 전투체계라는 데 있다.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전차를 파괴하는 데 사용된 드론의 가격이 기존 포탄보다 저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쓰는 이란산 자폭 드론은 생산비가 2만달러 수준이지만, 이를 요격하는 미국산 나삼스 지대공미사일 체계는 50만달러에 이르는 점도 눈에 띈다.

이러한 비용 효율성은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병력, 화력, 장거리 군사 무기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장기간 수행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 바로 드론의 활용이었다.

◇ 전쟁에서 활약하는 드론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으로 러시아 기갑부대를 무력화시키는 모습은 보여줬다. 길이 6m, 최대 이륙중량 700kg인 바이락타르는 한 번에 300km를 이동하며 150kg의 무게를 들고 이륙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바이락타르 TB2를 탐지·격추하는 능력을 빠르게 갖추자, 우크라이나는 소형 드론을 사용하는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현재는 1500~3000달러에 불과한 DJI의 마빅 등 소형 민간 드론을 활용해 FPV(1인칭 시점 실시간 영상 전송 방식) 운용 방식으로 전차나 포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령관에게 정보를 전송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이란제 자폭 드론 ‘샤헤드 136’으로 대응했다. 러시아의 샤헤드 136은 우크라이나 전력망과 민간 시설을 지속적으로 타격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러시아는 이런 저가 드론을 계속 띄워 우크라이나의 고가 지대공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전술을 구사했다. 이 외에도 자체 드론 전력인 정찰용 ‘올란 10’과 자폭 드론 ‘랜셋 3’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스위치블레이드’는 일종의 배회탄으로 불린다. 발사된 후 원격 카메라로 목표물을 추적하며, 소형으로 휴대가 가능해 보병 분대 차원에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드론은 러-우 전쟁 외에도 이스라엘-이란 분쟁에서도 돋보였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두 나라의 분쟁에도 드론은 중추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제1차 진실된 약속 작전(True Promise Operation)’으로 명명된 이 공격에서 이란은 드론 170기와 순항미사일 30발, 탄도미사일 120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이는 적의 대공방어를 뚫기 위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드론이 기용된 공격’이었다.

지난 6월 이스라엘의 반격에서는 정교한 드론 운용이 작전 성공을 이끌었다. 이스라엘은 정찰 드론, 자폭 드론, 전투기의 공습을 혼합하여 이란의 레이더 기지, 미사일 기지 등을 선별적으로 타격했다. 소바쉬 레이더 기지는 완파됐고, 타브리즈 미사일 기지 등 150곳 넘는 목표물을 40시간 동안 공격했다. 이처럼 드론은 정밀 타격, 정찰, 암살 등에 꾸준히 사용될 전망이다.

◇ 실전이 만든 빅데이터

러-우 전쟁부터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여러 전쟁들을 통해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빅데이터가 미래전의 패러다임을 계속해서 바꿔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방산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기존 전쟁들은 실험장의 목적이 짙었다. 기존 미사일보다 저렴한 드론을 활용한 공격에 큰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공이 목표라기 보다는 드론이나 무인기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라며 “실험실 안에서의 활용보다 실전을 통한 시행착오가 더 중요한 데이터다”고 설명했다.

실전에서 쌓인 데이터는 AI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는 핵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수천 번의 드론 공격과 방어 사례를 학습한 AI는 최적의 비행 경로 계획, 표적 우선순위 결정, 회피 기동 패턴 등을 AI 스스로가 결정한다.

주요국들은 이러한 실전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지원하면서 성능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국이 민간용 드론 수출을 통해 전장 사용 패턴을 분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병섭 한국항공우주(KAI) AI개발팀장은 “무기체계용으로 개발할 AI를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의 확보와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며 “표적인식을 위한 전략적 목표에 대한 데이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미지나 영상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전장처럼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며 “안보 및 무기체계 분야의 인공지능 적용은 확대될 것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들이 AI 기술로 점차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데이터 주도형 드론 개발은 미래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전망이다. 이제는 실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몇 주, 몇 달 만에 전술과 기술을 업데이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