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권열 바비톡 CTO “K-뷰티 AI, 2개월 만에 개발한 비결”

‘종아리 알 배겼어’도 AI가 척척... 자연어 검색으로 초보자 진입장벽 해결 10년 축적 의료 데이터가 핵심, 오가닉 사용자 전환율 기존 대비 크게 상승 AI 번역으로 글로벌 진출 준비, 검색·QnA·챗봇 3종 세트 확장 예정

2025-06-25     김동원 기자
최권열 바비톡 CTO는 바비톡 AI 검색 기능을 2개월 만에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종아리 알이 배겼어.”

테니스를 치고 온 아내의 무심한 하소연을 바비톡 AI 검색창에 입력하자, 해결책과 시술 정보 관련 후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문 의학 용어를 몰라도, 막연한 고민만 털어놓아도 맞춤 솔루션을 찾아주는 AI 검색 서비스가 메디컬 뷰티 플랫폼에 등장했다.

최권열 바비톡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자사 AI 검색 서비스 개발 사례다. 놀라운 것은 이 서비스를 단 2개월 만에 구축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출신 CTO가 2년간 공들인 치밀한 ‘빌드업’ 전략이 숨어 있었다.

구글 AI가 “운동하세요”라는 정형화된 답을 얘기할 때 바비톡 AI는 왜 사용자 맞춤형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350만 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AI 도입을 고민하는 모든 기업이 주목해야 할 ‘조직 혁신 선행론’을 그에게 직접 들어 봤다.

◇ 범용 AI 상담원과는 다른 ‘버티컬 특화’ 전략

바비톡 AI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일반적인 AI 검색과 다르다. 같은 질문을 해도 답변이 완전히 다르다. 기존 AI가 정형화된 답변을 했다면 바비톡은 사용자 맞춤 답변을 한다. 이는 구글이나 네이버 등 포털에서 도입한 AI와도 차별된다. 일례로 구글에서 ‘종아리 알이 배겼을 때’를 검색하면 “운동을 해야 한다”, “마사지를 받아야 한다” 등 일반적인 조언이 나온다. 하지만 바비톡 AI는 구체적인 지방흡입 시술 정보와 실제 경험자들의 후기를 제공한다.

이런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최 CTO다. 그가 2023년 4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떠나 바비톡에 합류한 배경에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그는 "바비톡에 이직한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이었다"면서 "회사의 성장을 서포팅할 수 있는 기술적 베이스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이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바비톡은 성형·피부·다이어트 등 비급여 의료 영역으로 도메인을 확장하고, 아시아권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앱뿐만 아니라 웹까지 멀티 클라이언트로 확장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술적 성숙도는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기술을 하는 사람들은 결과적으로 할 일이 많은 곳을 가야지 재밌다”며 글로벌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버티컬 도메인으로의 과감한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바비톡이 선보인 AI 검색 기능. /바비톡

바비톡이 AI 서비스를 고객 대면부터 시작한 이유는 독특하다. 보통 기업들이 내부 효율성 개선부터 AI를 도입하는 것과 달리, 바비톡은 사용자 경험 개선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는 “바비톡에는 10년 넘게 축적된 사용자 후기, 커뮤니티 글, 의사 답변이 무수히 많은데 다 수면 아래 깔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색은 사용자가 머릿속에 답을 알고 키워드를 입력해야 하는 ‘주관식 시험’ 같은 특성 때문에 초기 사용자들이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비톡은 자연어 기반 대화형 검색을 도입했다. 전문 용어를 몰라도 ‘여드름에 홍조까지 있어, 어떻게 해결해’와 같은 고민을 그대로 입력하면, AI가 문맥을 파악해 관련 시술법과 후기를 제공한다.

최 CTO는 “도메인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버티컬 서비스의 장점”이라며 “AI 검색 도입 후 자연어로 검색한 사용자들이 실제 예약이나 후기 작성으로 이어지는 전환율도 기존 키워드 검색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 350만 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술력

기술적 구현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바비톡은 350만 건에 달하는 모든 후기와 커뮤니티 콘텐츠를 AI로 분석해 지식 베이스를 구축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동영상까지 포함한 멀티모달 데이터 처리가 핵심이었다.

그는 “이미지를 분석해서 반복되는 단어가 뭔지, 하이라이트된 부분이 뭔지 추출해서 텍스트로 변환했다”고 설명했다. 의사 인터뷰 동영상도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의학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했다.

실시간성 문제는 특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바비톡은 광고 플랫폼 특성상 병원의 충전금에 따라 이벤트 정보가 실시간으로 변동된다. 이런 동적 데이터까지 AI 검색에 반영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는 “은행 챗봇처럼 고정된 매뉴얼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훨씬 어려웠다”며 “하지만 해당 내용을 반영해 완성도 높은 AI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비톡은 AWS의 아마존 베드록을 활용해 이미지 분석용, 동영상 분석용, 추론용 등 적재적소에 맞는 AI 모델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이전트 시스템도 구축했다. 기존 키워드 검색에서는 특정 병원이나 의사 이름을 반복 검색하는 어뷰징이 빈번했지만, 자연어 검색에서는 이런 조작이 불가능하다. 그는 “자연어로 검색한 사람들이 진짜 오가닉한 사용자들”이라며 “이들이 검색 결과에 대해 후기나 예약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최권열 바비톡 CTO는 AI 검색 기능에 대해 “은행 챗봇처럼 고정된 매뉴얼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훨씬 어려웠다”며 “하지만 해당 내용을 반영해 완성도 높은 AI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원 기자

◇ ‘2년간 빌드업’이 2개월 개발을 가능하게 하다

최 CTO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AI는 하루아침에 뚝 떨어진 게 아니다’라는 점이다. AI 검색 서비스를 2개월 만에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년간의 치밀한 조직 개편과 인프라 구축이 있었다.

그는 “23년 입사 후부터 데브옵스와 플랫폼 조직을 신설했다”며 “모놀리틱 구조를 마이크로서비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투피자 팀’(피자 두 판으로 식사할 수 있는 4-6명 규모) 조직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해, 각 팀이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옛날 방식이었으면 AI 도입하려고 해도 ‘잠깐 기다려, 이거 하면 안 돼’ 하면서 개발 속도가 저하됐을 것”이라며 “조직 체질 개선 작업이 빠른 캐치업을 가능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바비톡은 AI 에이전트를 검색용, QnA용, 개인화 챗봇용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AI 번역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기존 기계번역보다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해 현지 사용자들에게 한국 후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CTO는 마지막으로 AI 시대 기술 리더십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AI를 단순히 제품에 녹이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기술 혁신과 조직 혁신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 CTO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