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AI 아트, 저작권 분쟁 심화
인공지능(AI)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AI가 기존 예술 작품들을 학습해 새로운 예술 작품들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기존 작품들의 저작권을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월부터 오픈AI는 달리를 통해 특정 예술 작품의 화풍을 따라해 그림을 그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 유명 스튜디오의 화풍을 따라 사진을 일러스트로 그려달라고 하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일러스트를 그려주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화풍이 스튜디오들의 정체성을 담고 있어 표현 방식 자체가 저작권을 침해하지는 않아도 학습하는 과정에서 무단으로 작품들을 학습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최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AI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영상을 만드는 AI 기업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상대로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AI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저작권 소송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용은 저작권 보호 작품을 ‘무단 사용’해 AI를 훈련시켰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들 스튜디오가 내민 110장 분량의 소송장을 살펴보면 다스베이더(스타워즈), 미니언즈(슈퍼배드), 호머 심슨(심슨 가족) 등 유명 캐릭터들의 무단 복제본을 무한히 생성하고 배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들 스튜디오들은 “미드저니를 ‘저작권 무임승차자’이자 ‘표절의 무저갱’”이라며, “해적행위는 해적행위이며, AI 회사가 했다고 해서 침해가 아닌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드저니는 지난해 매출은 3억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해당 소송에서 패할 경우 침해된 150개 이상의 작품에 대해 각각 15만달러씩 배상을 요구받고 있어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승소할 경우 총 2000만달러를 넘는 손해배상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소송을 계기로, AI가 학습 과정에서 예술 작품을 사용하는 행위가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창작자 권리 보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예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AI 학습과 저작물 복제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있다”면서, “실제로 미드저니 등 AI 생성 이미지 플랫폼에서 저작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들이 다수 유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감시와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소송이 실질적인 선례를 남기게 될 경우, 오픈AI의 소라(Sora), 구글의 비오(Veo),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Firefly), 런웨이의 Gen-4, 중국 스타트업 미니맥스의 하이루오(Hailuo) 02 등 주요 영상 생성 AI는 물론, 이미지 생성 모델 전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AI 생성물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첫 본격적인 판례가 될 수 있다”면서, “AI 기술의 혁신 가능성을 존중하면서도 창작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영상 생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기술 발전의 속도에 맞춰 법적·윤리적 기준도 함께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식재산권 존중과 기술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실제 일부 기업은 이미 자율적으로 저작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어도비는 Firefly 모델에 대해 상업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 이미지, 공공 도메인 등으로만 학습시킨 ‘클린 데이터셋’ 원칙을 적용했다. 반대로 미드저니는 데이터의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이미지들을 무단 크롤링해 사용했다는 논란이 있다.